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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추도식' 트럼프 "한국서 성조기 흔들며 추모…감동적 광경"

머니투데이 김하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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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추도식' 트럼프 "한국서 성조기 흔들며 추모…감동적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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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연설가 찰리 커크 추모식,
정부 요인들 포함 7만명 참가…
고인의 부인은 "용의자 용서",
연단에 5각 방탄유리벽 설치

[글렌데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그의 아내 에리카 커크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글렌데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그의 아내 에리카 커크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순교자는 죽고 그의 통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피살된 미국 청년 활동가이자 우익 연설가였던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서 그의 생전 수석보좌관이었던 마이크 맥코이는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해 추모했다.

21일(현지시간) 추모 행사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7만여 청중은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커크가 2012년 설립한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 본부는 애리조나에 있다. 터닝포인트USA는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진영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NN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보수지지자들 사이엔 일종의 '성지순례' 장소처럼 됐다. 많은 참석자가 새벽 3시에 일어나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고 전했다. 커크가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운동 단체 '터닝포인트 USA'는 이날 추모식 드레스 코드로 성조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깔(빨강, 파랑, 흰색)을 공지했고 대부분의 참가자는 이를 따랐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 행사로 가수들의 기독교 가스펠 공연이 이어졌다. /AP=뉴시스

21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 행사로 가수들의 기독교 가스펠 공연이 이어졌다. /AP=뉴시스


5시간가량 이어진 추도식은 기독교 예배와 정치 부흥회가 뒤섞인 듯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한 가수들의 가스펠 공연이 서너시간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할렐루야", "예수", "찰리" 등을 연호하며 눈물을 흘렸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오후 1시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아들과 함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점차 메시지는 보수 운동의 부활과 정치적 노력, 반대파에 대한 증오가 섞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시대에 보수적인 기독교가 공화당 정치와 얼마나 융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절정의 행사"라고 짚었다.


부인 에리카 커크를 위로하는 트럼프 대통령…그리고 정부 최고위급이 총출동한 추모식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미망인 에리카 커크, 보수 언론인 등등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모두 무대 가운데 연단을 둘러싼 5각 방탄유리벽 안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WP)는 "많은 사람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한 9월10일 총격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에서 열린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에서 열린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커크는 시대의 거인이었다"며 "자유와 정의, 신과 국가를 위해 목소리를 냈기에 폭력적으로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의 연설은 준비된 추도사를 읽다가 중간중간 자유 발언이 섞이면서 점차 정치 유세에 가까워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시카고와 멤피스에 군대를 파병하겠다고 약속했고, 조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카멀라 해리스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세력에 대해 "급진 좌파"라는 표현을 쓰며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우자(fight)"고 했다. '싸우자'는 본인이 대선 후보시절 총격을 받은 직후 일어나 외쳤던 구호이다. 또 그는 "찰리는 적을 미워하지 않았는데 그게 내가 찰리와 의견이 달랐던 부분"이라며 "나는 내 적을 미워한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찰리의 영향을 받은 외국 보수주의 운동 사례로 대한민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찰리의 죽음 이후 며칠 동안 그의 유산이 전 세계 수백만명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았다"며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는 찰리 커크를 지지한다'라고 외쳤다"고 했다. 또 "베를린, 바르샤바, 비엔나, 시드니, 마드리드, 런던, 텔아비브, 그리고 전 세계 여러 거리에서 기려졌다"며 "정말 감동적인 광경이었다"고 덧붙였다.

피살된 보수 논객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라 커크가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의 추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21  /로이터=뉴스1

피살된 보수 논객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라 커크가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의 추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21 /로이터=뉴스1


앞서 커크의 부인 에리카는 용의자를 거론해 "그 사람, 그 젊은이(살해범인 타일러 로빈슨)를 저는 용서한다"면서 "그리스도가 하신 일이고, 찰리가 했을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오에 대한 답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말과는 결이 달랐다. 에리카는 18일 터닝포인트USA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보수단체 "혐오표현 단속"...언론 "표현의 자유 우려"

이날 추모식은 미국 내 정치 극단화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5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종교적 열정과 호전적 정치가 뒤섞인 가운데, 연단에 오른 트럼프 측근들은 현재 상황을 신의 섭리(보수 운동)와 적들 사이의 종말론적 전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의 죽음은 전국적으로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켰고, 미국 정치가 위험한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CNN은 "트럼프는 연설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전까지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신념의 메시지에 집중하려던 연설자들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좌파의 '국내 테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antifa, 좌파 성향 운동 또는 집단)를 주요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최측근인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는 커크의 죽음이 보수 세력을 일깨웠다며, 이들이 "정의로운 분노"로 "사악하고 사악한 세력"을 물리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커크는) 조국을 위한 전사이자 그리스도를 위한 전사였다"고 표현했다.

이번 사태로 미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커크의 죽음이 정치적 테러라는 점에서 분노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의 생전 발언에 대한 논쟁이나 비판적 반응을 처벌까지 하겠다는 행정부의 태도가 자유의지를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팸 본디 법무장관은 "폭력으로 이어지는 혐오 발언은 수정헌법 1조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혐오 표현을 단속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우리 동료 시민의 죽음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렌데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와 얘기하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글렌데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와 얘기하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터닝포인트USA' 본사에서 열린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 시민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터닝포인트USA의 대표이자 공동 창립자인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아메리칸 컴백 투어' 행사에서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 2025.09.21.  /로이터=뉴스1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터닝포인트USA' 본사에서 열린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 시민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터닝포인트USA의 대표이자 공동 창립자인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아메리칸 컴백 투어' 행사에서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 2025.09.21. /로이터=뉴스1


커크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했는데, 사망 전 동성 결혼과 낙태에 반대하는 발언으로 보수층으로부터는 찬사를, 진보층으로부터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시민권법이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다양성 증진에 반대했고, 트랜스젠더들이 "정신적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기 규제에도 반대했다.

ABC방송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키멜은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 집단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자기들과 무관한 인물로 보이게 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해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그 후 트럼프 정부가 방송 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키멜은 방송에서 하차했다.

영국 가디언은 "많은 미국 내 보수층들이 커크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거나 그와 그의 사후 정치를 폄하하는 미국인들을 해고하라는 공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정치적 반대와 정치적 폭력의 구분을 공개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정치 비평가들에 대한 대규모 검열과 감시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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