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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의 D-엣지] 금융 조직 개편, 디지털 시대의 시험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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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의 D-엣지] 금융 조직 개편, 디지털 시대의 시험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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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

송민택 교수

금융권의 잇따른 정보 유출과 최근 금융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국회 통과와 후속 절차는 아직 남아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정책·제도 기반 마련도 내포돼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AI)이 신용평가의 논리를 바꾸고 디지털 자산이 유통 질서를 새로 짜며, 플랫폼이 산업 경계를 재편하는 지금 현행 체계는 거대한 흐름을 담아 내기엔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특히 정책과 감독 기능이 한 울타리에 묶인 구조는 혁신과 리스크 통제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에선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정책당국과 감독당국이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일이 되풀이됐고, 금융기관과 핀테크사 모두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놓이기도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집중된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은 독립 기관으로 분리된다. 이는 정책과 감독 간 충돌과 책임 분산을 해소하려는 제도적 개편으로, 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기능 중심의 분권 구조다. 핀테크 업계는 이를 통해 라이선스 기준과 감독 권한이 보다 명확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금감원 내부에선 소비자 보호 기능의 이탈이 조직의 존재 이유를 흔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른다. 정책·감독 분리 모델이 과거 실패 사례나 책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부 금융위 직원들도 정체성의 혼란과 조직 위축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물론 정부는 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각 기관의 수장들은 공직자는 결정에 따라야 하고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직적 순응을 강조한 것이지만, 조직 설계의 정당성과 실행의 정합성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직제 변경이 아니라 금융권의 미래 지도를 새로 그리는 중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의 현실은 그만큼 복잡하다. AI 금융 모델은 감독과 정책이 함께 판단하지 않으면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현안은 조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 지급결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최근 보안 사고는 실시간 대응과 보안 거버넌스 강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의 모양이 아니라 기관 간의 실질적 운영 프로토콜이다. 경직된 위계와 관할 다툼이 계속된다면, 이번 개편은 또 다른 혼선만 낳을 뿐이다.


한편 소비자 보호가 개편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그 효과와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리더십과 예산,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 최근의 소비자 관련 금융사고는 기술 실패보다 불완전 판매, 불투명한 리스크 공시, 비대면 채널의 정보 격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단순 분리가 아니라 실질적 보강이 병행돼야 한다.

금융회사와 핀테크사가 이번 개편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에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가 중요하다. 같은 서비스임에도 누구는 혁신금융으로 인정받고, 누구는 위법 판정을 받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책과 감독 창구가 이원화되더라도 동일한 기준을 공유하지 않으면 산업은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는 행정 편의 이상의 투자 신뢰를 높이는 금융 인프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개편 조직이 빛을 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사람이다. 조직의 모양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논의하고 협력하며 결정하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제도는 문화와 맞닿을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디지털 시대의 금융 감독은 구성원의 품격과 협력 위에서 완성된다. 이번 개편이 국회 논의와 실행 과정을 거쳐, 금융의 미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정한 도약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nagaia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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