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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에 통화스와프 요청한 韓…실현 가능성은

머니투데이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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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에 통화스와프 요청한 韓…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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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쉽지 않아…한도 걸거나 투자 기한 늘려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대미투자펀드 운용 방식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세 후속 협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카드로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투자하면 1997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미국이 상설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설득해야 하는 점도 난관이다. 다만 단기간 대규모 달러 조달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 기간을 늘리거나 일정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된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우리가 미국에 현금으로 3500억달러(약 490조원) 어치를 투자한다면 1997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다르다"며 "일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00억달러의 두 배 이상을 보유 중이고 미국과 통화 스와프도 체결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맹 관계인 두 나라 사이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3억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일본은 1조3044억달러를 보유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국 정부가 만기 없는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도 대규모 달러 수요가 단기간 몰릴 경우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액은 우리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한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환율에 맞춰 통화를 교환하고 특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00억달러)와 2020년 팬데믹(600억달러) 등 두 차례 한시적으로 체결된 바 있다. 현재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캐나다은행(BOC) △스위스국립은행(SNB) 등 5곳뿐이다.


과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사례/그래픽=임종철

과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사례/그래픽=임종철



전문가들은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없이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대미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경로로 달러를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3500억달러를 투자하게 되면 달러값이 폭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을 넘을 수 있다"며 "달러 수급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가 1년 안에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면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파행으로 치닫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투자받으려면 통화스와프라는 안전장치를 걸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어려운 만큼 한도를 정하거나 대미투자펀드의 투자 기한을 늘리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인 연준 입장에서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와 통화스와프를 체결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를 받으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등 선례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무제한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설정하고 투자 기간을 10~15년 정도로 늘려 외환시장 충격을 덜어내는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미투자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면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틀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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