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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기지 미반환 시 나쁜 일 생길 것”…트럼프, 탈레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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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기지 미반환 시 나쁜 일 생길 것”…트럼프, 탈레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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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전 바그람 기지. 미국 공군 자료 사진

2021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전 바그람 기지. 미국 공군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를 다시 내놓으라고 탈레반 정권에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만약 아프간이 바그람 기지를 건설한 미국에 돌려주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바그람 기지를 찾기 위해 미군을 파병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얘기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지금 아프간과 얘기 중이고, 그 기지를 돌려받기를 원하고, 곧 돌려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돌려주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파르완주에 있는 바그람 공군기지는 원래 옛 소련이 건설했으나 1989년 소련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방치됐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을 침공해 다시 건설했고 미군의 주요 해외 기지 중 하나로 운영됐지만, 지난 2021년 미군은 아프간 전역에서 철수했다. 미 국방부가 2022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아프간 철수 때 이 기지에 있던 장비를 포함해 70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아프간에 남겨두고 떠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영국 방문 중 기자회견 때도 바그람 기지를 돌려받으려고 한다며 바그람 기지가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곳으로부터 1시간 거리”라고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반테러 작전의 발진 기지로 바그람 기지에 소규모 미군 병력 주둔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더 폭넓은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바그람 기지의 반환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2021년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한 뒤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한 곳은 러시아 정도 밖에 없다.



미국과 탈레반 협상은 애덤 뵐러 미국 인질구조 특사가 진행 중이며, 포로교환과 경제 및 안보 협상이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양쪽은 미군이 바그람 기지를 반테러 작전의 발진 지점으로 사용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기지에 미군의 유인 군용기 및 무인기 등을 다시 배치하는 것도 포함된다.



탈레반 정권 외교부의 고위 관리인 자키르 잘랄리는 소셜미디어에 “군사 주둔은 아프간 역사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았고, 가능성은 도하 협상 및 협정 때 완전히 배제됐으나 다른 관여에 대한 문호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과 미국은 서로 관여할 필요가 있고, 아프간 내의 어떤 지역에서도 미군의 존재 없이 상호 존중과 공동의 이익에 기반해 경제 및 정치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인 2021년 8월 아프간 내전 상황이 탈레반 쪽으로 급속히 기울자, 전격적으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수를 비난해왔으나, 자신이 집권 1기 때 이미 아프간 종전 및 미군 철수를 규정한 도하 협정을 탈레반과 맺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아프간에서 미군 등 모든 나토 병력 철군 및 외국군 기지를 기지를 반환하는 도하 협정을 탈레반과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미국 내에서 아프간 철수 이후 바그람 기지 등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탈레반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크 왈츠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 와중인 지난 2021년에 기고를 통해서 바그람 기지는 중국 및 이란을 봉쇄할 중요한 전략적 전초기지라며 “아프간은 중국, 러시아, 이란과 싸우는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에서는 미국이 위성 등을 이용해 중국의 핵무기 개발 등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바그람 기지를 재사용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 중요한 정보 우위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가 바그람 기지를 놓고 탈레반을 위협하지만 미국이 이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바그람 기지를 차지하기 위해 아프간을 재침공한다면 2001년 아프간 침공 이후 20년 넘게 미국을 괴롭혔던 아프간 문제에 다시 발을 담근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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