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게티이미지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영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와 호주도 이날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는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 총리는 20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의 평화 희망과 두 국가 해결책을 되살리기 위해 영국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9월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캐나다와 호주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엑스에 “캐나다는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국가 모두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파트너십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팔레스타인을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며 “호주는 팔레스타인인이 오랫동안 열망해온 정당한 독립 국가 건설의 열망을 인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영토 전역의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다는 점을 고려해 월요일(22일) 뉴욕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전달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
22일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엔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위한 고위급 국제 정상회담을 연다. 23~29일 193개국 정상급 지도자 및 장관들이 대표로 참석하는 일반토의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이 회의에서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등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계획이다.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이 회의는 지난 7월 가자지구의 즉각적 휴전과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권력 이양, PA가 서안·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영토를 통치하는 내용을 담은 ‘뉴욕 선언’을 마련했고, 지난 12일 유엔총회는 142개국이 찬성하는 압도적 지지 속에 이를 채택했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과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외교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에 반대하는 가운데 현실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G7 3개국(영국·프랑스·캐나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 2개국(영국·프랑스)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상징적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20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가지 인근 해안도로를 따라 피란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대규모 지상공세를 시작해 수십만명 주민이 피란을 떠나고 있으며, 서안지구에 정착촌 건설을 확대하며 수천채의 유대인 주택 건설을 승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뉴욕 선언’에 서명하지 않도록 물밑 압박을 가했으며 ‘두 국가 해법’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보상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영국 국빈 방문 중 스타머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계획을 언급하며 “총리와 나 사이에 몇 안 되는 의견 차이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 주요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장기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르미 임세이스 캐나다 퀸스대학 국제법 조교수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정치적인 행위지만, 일단 인정이 이뤄지면 국제법상 승인국에 대한 명확한 법적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토보존, 정치적 독립을 존중할 의무, 불법적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승인된 국가의 자위권을 인정해야 하는 의무가 포함된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은 모든 규범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유엔 총회 참석이 무산된 아바스 PA 수반은 유엔총회에 화상을 통해 참석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가 유엔총회 참석 예정이었던 PA 관계자 80명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취소하자 유엔총회는 이들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의안을 145개국 찬성으로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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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09031702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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