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겸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주연 이병헌이 19일 오후 7시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영화제 공식 행사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했다.
이날 이병헌은 배우 생활 초기인 자신의 30세 무렵 시기를 회상하며 박찬욱 감독과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저는 그 때 공익근무요원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만 해도 그런 게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저밖에 없으면 6개월 공익근무가 있었다. 그 제도의 마지막이 저였다. 저는 그래서 성남시 건설관리공단에 있었다. 소집해제 직전에 'JSA' 대본을 받았다. 그 때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하겠다는 의사를 비췄다. 소집해제 하자마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사실 박찬욱 감독님과 첫 만남은 그게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쯤, 제가 영화를 두 편을 말아먹고 세 번째 영화인 '그들만의 세상'의 기술 시사가 있던 날이다. 근데 그 영화를 한창 보고 있는데, 조감독님이 와서 '바깥에 어떤 감독님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끝나자마자 나갔더니, 어떤 분이 포니테일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시나리오 봉투를 들고 서 계신 거다. 저에게 건네면서 '이병헌 배우와 꼭 이 작품을 하고 싶으니 잘 봐 달라'고 전달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속으로 별로 인상이 안 좋고, 내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이 분과 함께 작업을 안하게 될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 분이 이미 한 편의 영화를 말아먹은 박찬욱 감독님이었다. 그게 사실 첫 만남이었다. 충무로에서는 한 편만 잘못돼도 더 이상의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배우도 두 편 이상의 작품이 안되면 더 이상 섭외가 안 오는 미신이 있었다. '저 친구와 함께하면 우리도 망한다'는 것이 강했다. 둘 다 다음 작품을 하게되는 것이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가 만나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으쌰으쌰' 해보자 했던 것이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다. 예전에 미국에서 아트와 필름에 공로상을 주는 큰 파티가 있다. 거기서 박찬욱 감독님이 공로상을 받을 때 제가 시상을 맡으면서 미국에 있는 모든 영화 관계자, 배우, 아티스트 앞에서 제가 시상하고 감독님이 탄 적이 있다. 당시 이 에피소드를 얘기했더니 다들 너무 재밌어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박찬욱과 작업에서 새로움을 느꼈던 점에 대해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 유난히 저도 오랜 시간 이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유난히 깨닫게 되는 부분이 참 많다. 새롭게 배우게 되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저에게 감독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시는 제작자 분들이나 감독 분들이 많았다. 그 중에 박찬욱 감독님도 저에게 늘 그런 말씀을 하셨다. 감독님과 작업하는 동안에 그런 마음이 싹 가신다. 얼마나 디테일하게 작업하고 하는 일이 많은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일들을 해내고 계신다. 만약 저게 진짜 감독의 일이라면 나는 정말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에 정확하게 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좋은 얘긴 끝도 없다. 너무 창의적이고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데, 단순히 웃음을 위한게 아니라 의미까지 담긴 아이디어를 순간 순간 말씀하시고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단순히 재밌게, 웃기게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감독님 아이디어는 그 여러가지가 다 있다. 그래서 참 대단하구나라는 순간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수많은 배우 지망생들의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이병헌은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한 장면을 언급하며 자신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예를 들면 제가 사투리를 쓰거나 전문적인 용어, 나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대사를 하면서 어떤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그걸 완벽하게 외우지 않는 이상 내 감정에 온전히 기대서 연기할 수가 없다. 왜냐면 사투리에 대한 생각을 머릿 속으로 하고, 틀리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 내 감정은 이미 깨져있다. 내 감정 연기 훈련에 방해받지 않도록 저절로 나올 수 있게끔 외워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예를 들어 '어쩔수가없다'에 면접보는 장면이 있다. 후배에게 부탁해서 면접을 보는 장면인데, 들어가면 햇빛이 저에게 반사돼서 들어와서 보는 사람도 불편한 장면이 있다. 저는 쉴 새 없이 대사를 하는데, 햇빛이 강렬해서 계속 찌푸리고 있다가 조금씩 그림자를 찾아서 들어가려 한다는 것와 계속 충치가 있어서 갑작스럽게 충치의 고통이 몰려와서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리는 동작을 하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다리가 떨린다. 이런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연기해야한다. 감정과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걸 표현하려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감정과 대사는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이런 행동에서 제가 표현해야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거다. 사실 그 신이 영화를 보면서 별거 아닌 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애정이 넘치는 신이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신이다"라고 표현했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경우 저 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작자는 모르겠다. 큰 꿈과 포부를 갖고 시작했겠지만, 저같은 경우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는다고?' 이렇게 큰 현상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상상 못 한다. 너무나 운이 좋은 케이스다. 글로벌 스타이고, 해외 프로젝트 얘기를 하면 저는 사실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작품 선택에 대해서 "거짓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저로서는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고 나름대로 심사숙고를 긴 시간 한다. 맨 마지막 선택할 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정말 잘 될까, 안 될까 하는 계산 후에 결정내려야 하는데 정작 마지막 결정 내릴 땐 '인생 뭐 있어' 한다. 맨 처음 할리우드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는 '놈놈놈'이란 영화와 '지아이조'까지 3작품을 선택할 때다. 뭘 해야할까 다 하지말까 했던 시기다. 하나를 김지운 감독님과 한달 이상을 끌다가 결국 감독님 설득으로 '하자' 결정하니까 나머지도 쉬워졌다. 그럼 이것도 해보자. 맨 마지막까지 결정 못한 게 '지아이조'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너무 고민돼서 두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게 김지운, 박찬욱 감독님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왔는데 해야하나요 여쭤보니, 더 저를 힘든 상황으로 만들었던게 박찬욱 감독님은 '뭐~ 해봐'라고 하셨고, 김지운 감독님은 '아유 그런 걸 뭐하러 해'라고 했다. 내가 두 분에게 물어보는데 각각 다르게 답하니 더 미궁으로 빠진거다. '아임 컴 인 더 레인'을 하게 되고 '지아이조'를 하게 됐는데 세 가지 스케줄이 맞물렸다. 액션이 필요했고, 하나는 홍콩에서 미국에서 찍고, 말도 타야했다. 그 때가 저의 인생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어떤 작품을 결정할 때 '그래 고민하느니 후회하지 말고 해보자'라는 쪽으로 결정하는 게 많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미국에 왜 왔냐'고 해서 '오스카 시상자로 나서게 됐다'고 했다. '벌써부터 긴장돼 죽겠다'고 했더니 '나도 그런데 올라가면 긴장되는데'라고 말씀하시면서 '혹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도 긴장해?'리고 하시더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는 긴장한 적이 없어요' 했더니 무대 올라갔을 때 다른 캐릭터다 생각하고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그렇게 해보면 되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의 안정이 됐는데, 제 앞 순서 두 분이 계속 말을 거는 거다. '나같은 사람이 이런 시상식에 와서 분위기를 망치면 어쩌냐' 하시더라. 그 분들이 차례가 돼서 나가서 옆에 계시던 분에게 앞에 계셨던 분이 누구시냐고 했더니 그 분이 조 바이든이었던거다. 당시 부통령이었다. 그 분이 당시 계속 말을 거는 건 아마도 긴장을 풀려던게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공황장애가 올 것 같더라. 큰일났다 지금까지 잘 참았는데. 그때 저희 차례가 돼서 커튼이 걷히면서 빛이 딱 비치는 순간 저의 감정 상태는 '비틀' 했다. 실제로 비틀거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알파치노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다른 캐릭터로 무대에 올라가는 건 약간 말이 안 되는게, 마이크 앞에서 '아임 이병헌'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그냥 다 해제가 되는 거다. 캐릭터를 입고 올라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연극을 해봤으면 좀 덜 했을 텐데 카메라 앞에만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병헌은 "목소리 좋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 어릴 때 별명이 고릴라였다. 웃으면 입술이 뒤로 제껴지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그렇다. 입술이 하도 제껴져서 인중 가운데 주름이 있었다. 웃기만 하면 탁 접힌다. 입술이 두껍고 입도 커서 친구들이 그런 별명을 지어줬다. 사람들 앞에서 크게 웃는 게 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는 저희 어머니 외 모든 식구들이 미국에 이민을 갔다. 당시엔 편지를 쓰고 녹음 테이프에 목소리를 녹음해서 앞뒤로 꽉 채워서 소포로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 항상 보내시고 그랬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라며 저보고 녹음을 하라고 하셨다. 그게 정말 너무너무 싫었던 기억이 난다. 제 녹음기로 다시 들어보니까 저는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자기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견딜 수 없는 느낌이 있지 않나. 어릴 때 잘못된 기억 때문에 내가 내 목소리를 듣는 게 되게 괴로운 기억이었다. 방송을 하고 목소리가 나오고 웃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그 부분을 칭찬해주니까 그게 처음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놀리는 걸로 생각이 됐다. 그것이 반복되다보니 '진짜로 나의 장점인가?' 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시간 지나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있는 얘기가 있냐고 하면 본인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더이상 부끄럽거나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나는 이런 경험을 했다. 어쩌면 본인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게 굉장히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라면서도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해주셨는데, 그렇게 목소리가 저에게 큰 장점인데 왜 '오징어 게임'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변조를 시켜서 내보냈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센텀시티, 남포동 등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은 64개국의 241편으로로, 커뮤니티비프 상영작까지 총 328편이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총 90편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경쟁부문을 도입했다. 아시아권의 주요 작품 14편이 경쟁부문에 나서며, 수상 결과는 폐막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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