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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Z세대들 폭발했다…부정부패·빈부격차에 분노, 들불처럼 번지는 항의 시위

매일경제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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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Z세대들 폭발했다…부정부패·빈부격차에 분노, 들불처럼 번지는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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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대학생 시위대. [AFP = 연합뉴스]

동티모르 대학생 시위대. [AFP =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Z세대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경제 성장 한편으로 심해지는 빈부 격차, 기성권력층의 부정부패·불공정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가 특정 사건들을 계기로 잇달아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틀 동안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는 대학생 2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의회가 국회의원들에게 새 차량을 지급하기로 하자 대학생들이 항의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정부 차량에 불을 질렀고 경찰관들을 향해서는 돌멩이를 던졌다. 집회 현장 인근에 ‘도둑을 막으라’고 쓴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으로 해산을 시도했고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 4명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 새 차량을 지급하는 계획에 반대해서 모였다.

국회의원의 차량 구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승인한 동티모르 정당들은 시위가 격해지자 해당 계획을 취소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전날 동티모르 의회는 국회의원의 종신 연금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차량 구매 계획 등이 공식적으로 폐기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청년 시위대 대표단의 일원인 크리스토바오 마토 씨(27)는 “그들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더 큰 규모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같은 날 필리핀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이자 하원의장인 마르틴 로무알데스가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하원의 명예 회복과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가짜 사업’이라 불리는 부실 사업이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대학생 단체들은 “부패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오는 21일 마닐라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앞서 네팔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특권층의 행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인도네시아 시위의 도화선은 국회의원 580명에게 매달 5000만루피아(약 417만원)의 주택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 결정이었다.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네팔에서는 지난 8~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행정 수반인 총리까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을 포함해 72명이 숨지고 2113명이 다쳤다.

직접적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동남아 시위 확산의 배경에는 정치권의 심각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Z세대 등 청년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게 특징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시민의식이 커지면서 기성권력에 대한 저항의식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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