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는 평균 약 6%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마저도 가스는 열적 기원(근원암 층이 열적으로 성숙해 생성하는 가스)이 아닌 생물체가 부패해 발생하는 가스였다. 가스포화도는 통상 40% 이상일 경우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시추 전에는 가스포화도가 50~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탐사 종료 직후 "가스 징후는 발견됐으나 경제성이 낮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탐사시추를 통해 취득된 1700여 개 시료를 지난 2월 미국 지질구조 분석업체 코어랩에 정밀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 지난 8월 말 정밀분석 결과가 나왔고, 산업부에도 보고가 된 상태다.
가스포화도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암상, 심도 및 두께, 물리적 특성 등은 예상과 유사하거나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된 깊이에서 석유·가스가 저장될 수 있는 양질의 사암층이 확인됐고, 석유·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200m 이상의 두꺼운 셰일층(덮개암)도 발견됐다.
정밀분석 결과를 토대로 석유공사 측은 "시추 결과 저류층 및 덮개암 등 석유시스템 요소는 시추 전 예상과 상당히 일치했으나 심부 근원암에서 생성된 열적 기원 가스가 대왕고래 유망구조까지 이동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 냈다"며 "탐사시추를 통해 취득한 분석 결과를 활용해 보다 면밀한 향후 탐사계획 수립과 탐사 성공률 향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왕고래 시추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첫 시추 시도다. 6개 유망구조가 더 있는 만큼 자원개발업계에서는 최소 5공 이상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이 무려 33번의 탐사 시도 끝에 발견된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만큼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업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