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대전, 소프트웨이브 2022’에서 부스 관계자들이 고령인·장애인을 위한 자율형 모빌리티 키오스크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차성안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실 경호처 용산 관저에 다시 가 1인 시위라도 해야 할까. 지난 8월 입법예고된 위헌·위법 무효의 대통령령(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하나가 무관심 속에 입법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다. 인건비 상승으로 많은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화면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 높고 먼 화면에 손이 안 닿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고령자는 주문도 못 하는 차별에 시달렸다. 서영석 의원 등은 이런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관련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2021년 7월 통과시켰다. 자랑스러웠다. 한국의 사회복지 예산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지만 아이티 강국답게 장애인·고령자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은 빨랐다. 미국장애인법(ADA)은 한국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시 모델로 한 선진적 법이지만 키오스크 접근성 기준은 부족해 많은 소송을 거쳐야 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6월 유럽접근성법을 시행했지만 낮은 최소 기준, 넓은 예외 범위와 키오스크 관련 명시적 기준 부재로 분쟁이 예상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국회가 멋지게 나서서 키오스크 접근성 입법을 했다. 미국과 달리 장애인과 상인의 소송전 없이도 케이(K)-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를 관광 온 전세계 장애인·고령자에게 보여줄 수 있겠구나!
문제는 시행령(대통령령)이었다. 법 제정 후 1년8개월 만에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은 전면 시행을 2년가량 더 늦췄다. 바닥면적 50㎡ 미만 예외 조항으로 30%가량의 편의점 등 영세 소상공인은 예외로 했다. 불안했지만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했다. 드디어 올해 1월28일 전면 시행! 그러나 무능한 정부는 3~4년의 준비 기간에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제조·검증·보급 노력을 게을리했다. 영세업체 보조금도 충분하지 않았다. 상인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그 뒤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월26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공포한 지능정보화 기본법 시행령 제35조가 보조인력을 배치할 경우 키오스크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물리적 기준들을 건너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조인력이 휠체어 공간 확보 등 물리적·정보적 접근성 기준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보조인력 호출벨은 이런 접근성 기준이 충족됐는데도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추가적인’ 편의여야 한다. 앞서 지난해 3월26일 공포된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법률(윤영찬 전 의원 대표발의)은 이런 추가적 보조인력 지원도 법적 의무화하고자 했다. 기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제10조의2 제3항)이 추가적 보조인력 지원을 그저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전 총리가 공포한 시행령은 모법의 입법 취지를 거스른 위법·무효의 시행령이다.
나아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의무화했던 키오스크 접근성 기준 대부분을 보조인력-호출벨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태블릿을 이용한 테이블 오더형 소형제품 키오스크는 업체 규모와 무관하게 접근성 기준의 예외로 했다. 50㎡ 미만 예외에 추가해 전체 소상공인 예외 조항도 신설했다. 2021년 기준 전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그중 95.1%가 소상공인이다. 예외로 쓰기엔 너무 넓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98% 이상의 편의점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서 제외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정부에 행정입법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에 키오스크 접근성 기준을 편의점 95%, 외식업체 85% 등에 면제한다면, 절망에 빠진 장애인·고령자 단체는 ‘국가배상 청구 편의점 소송 시즌2’를 시작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소상공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과연 장애인·고령자 고객의 희생하에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를 몇만원짜리 호출벨로 퉁치는 것일까. 장애인·고령자와 소상공인이 싸울 일일까.
해결책은 있다. 56만명이 거절하여 불용 처리될 운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840억원(56만명×15만원)을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설치 보조금으로 쓰자. 이 돈이 영세 소상공인과 키오스크 제조 중소기업에 흘러 들어가는 것은 소비쿠폰의 경제 활성화 목적에도 부합한다.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는 ‘케이-무장애 관광’에 기여할 수 있다. 장애인·고령자 외국인 관광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 대통령령 개정을 책임지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심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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