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명품 카페·패션 매장 등
서점 느낌으로 꾸미는 게 트렌드
英 가디언 ‘보여주기식 독서’ 우려도
서점 느낌으로 꾸미는 게 트렌드
英 가디언 ‘보여주기식 독서’ 우려도
지난 1일 문을 연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 건축, 미식 등에 관한 전 세계 희귀한 책들이 대거 진열돼 있다./루이 비통 |
벽면부터 천장까지 책이 빼곡하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은 아니다. 어떤 곳은 레스토랑이고, 어떤 곳은 패션 매장…. 최근 국내외에서 좀 뜬다 싶은 곳의 공통점은 모두 근사한 책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30 세대를 열광시킨 ‘텍스트힙(text+hip·독서하는 것이 멋지다)' 열풍이 ‘뜨는 장소’ 트렌드도 바꿔놓고 있다. 애서가(愛書家)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진귀한 책들이 진열돼 있어야 더 핫(hot)한 장소로 꼽힌다. 지난 1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르 카페 루이비통 서울’은 서점형 인테리어로 큰 관심을 받았다. 건축·미식·음악·여행 등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에서 공수한 책들로 벽과 천장까지 뒤덮은 인테리어에 많은 사람이 탄성을 질렀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르 카페 루이비통 뉴욕’도 서울만큼 책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내부 벽면을 600권이 넘는 책으로 장식했다.
패션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 알라이야의 경우 지난해 런던 매장을 확장하면서 런던의 유명 독립 서점인 ‘클레어 드 루앙’과 협업해 매장에서 옷을 고르며 읽을 만한 책을 선별해 진열했다. 이곳에선 책을 구경할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패션 매장이지만 책방을 겸한다는 아이디어는 각광받았고, 글로벌 비즈니스·디자인 전문 매거진 ‘모노클’이 꼽은 ‘2025 디자인 어워즈’에서 ‘베스트 리테일 추가(addition)’ 부문 1위에 올랐다.
런던 알라이야 매장. 2층을 북카페처럼 꾸며 옷을 고르면서 책을 읽고 책도 구매할 수 있게 했다./알라이야 |
미 뉴욕타임스는 “2030 애서가(bibliophile)들이 자신들의 새출발을 위해 서점을 창의적으로 접목한다”면서 이를 ‘서점 르네상스’로 명명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서점에서 위안을 얻는 이가 많아지면서 전통적이지만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서점 스타일이 최근 2030 세대를 가장 만족시키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서점이 위로이자 안식처가 되는 셈이다. ‘나만의 서점’을 갖길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미국에선 지난 5월 기준 전년 대비 독립 서점 회원 수가 11% 늘었고, 결혼식 같은 인생의 새출발을 예식장이 아닌 서점에서 치르는 커플이 생겨났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 뉴욕의 사회적 기업이자 빈티지 서점 ‘하우징 웍스’는 결혼식 장소로 인기이고, 워싱턴 버지니아주 알링턴 도서관도 올해 주제를 ‘로맨스’로 내걸고 무료 결혼식 이벤트를 열고 있다.
명품 업체들까지 ‘애서가’ 트렌드를 앞세우자 ‘퍼포머티브 리딩(performative reading·보여주기 독서)’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책이 액세서리로 이용되고, 출판사들도 소셜 미디어 친화적인 책을 더 많이 내면서 책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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