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
16일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 정책을 두고 서로 설전을 이어가며 크게 충돌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정동영 장관에게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북에게는 대한민국 자체가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쪽의 국방비가 66조”라며 “북한의 GDP가 40조인데 대한민국의 GDP는 2000조다. 남한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장관님은 진실을 호도하고 계시다”며 “우리가 먼저 도발한 적이 있느냐. 지금까지 모든 도발은 북한에서 먼저 했다”고 질의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먼저 도발한 적이 있다”며 “2024년 세 차례에 걸쳐서 무인기를 띄워서 전단을 살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무력 충돌을 유발한 천인공노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윤석열 정권”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북한이 먼저 보냈다”고 하자 정 장관은 “반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정 장관은 “그 사람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박충권 의원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일컬어지는 3만4000명의 북향민의 명예를 대표한다”고 했고, 박 의원은 “자유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탈북민을 모독하고 북한 주민을 모독하지 말라”고 맞섰다. 정 장관은 “박 의원은 평화와 안정의 전도사가 돼야 한다. 대결과 적대의 전도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나서서 이를 만류했다. 주 부의장은 “이 자리는 국무위원이 의원에게 질문받고 답변하는 자리”라며 “국무위원이 의원에게 가르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밖에 이날 여야 의원들은 김민석 국무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등에게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구금 사태에 대해 “미국 내 불법 체류자 1400만명 중 한국인 비율은 1%가 안 되는데, 미국이 우리 공장을 콕 집어서 대규모 체포를 했다”며 “우리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가”라고 김 총리에게 물었다. 김 총리는 “새 정부를 시작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지난 100일 사이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진출 한국 기업 근로자의 비자 문제는 오래된 사안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조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자 문제를 논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에 비자 문제까지 제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동맹에게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국민의 불만이 있다”고 하자 조 장관은 “미국이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좀 변한 것 같다”며 “과거에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협력하던 그런 미국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도 구금 사태가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오래 묵혀둔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쇠사슬과 발목 수갑으로 연행한 것은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며 “우리 국민의 우려를 미 당국에 전해달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배준영 의원은 “우리 GDP의 19.6% 규모인데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했다. 김 총리는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액수라고 볼 수 있고, 과한 액수라고 볼 수도 있다”며 “최종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달라”고 했다. 조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결과를 문서화했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 지적에 “당시 미국 측이 제시한 패키지는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그걸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추가 협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상태”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책임하다”“그래서 언제 할 것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배 의원이 ‘3500억달러 투자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재정적 부담을 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장관도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그런 의견을 미국 측에도 분명하게 밝혔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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