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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최악의 환경…통화스와프, 안되면 차라리 관세 맞는 게 낫다”

헤럴드경제 문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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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최악의 환경…통화스와프, 안되면 차라리 관세 맞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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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투자 기간 최대한 늘려야”
“시간은 미국 편…다양한 방법 제안을”
“협상 교착땐 美가 ‘한시적’ 받을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의 대미 직접 투자 압박에 우리 정부가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미 관세 협상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미국 측은 일본과의 합의를 근거로 우리 정부에게 3500억달러라는 막대한 외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외환보유고는 4000억달러 수준으로 해당 금액을 미국에 투자할 경우 심각한 원화 가치 손상이 우려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협상 전략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한시적이되 규모를 확대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얻어내거나 투자 기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안해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면 협상을 철회하고 25%에 육박하는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에 투자하려고 했던 자금을 기업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금 더 강하게 우리 입장을 얘기하고, 안전장치 없이 3500억불의 현찰을 투자하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야 한다”면서 “미국 입장에선 (통화스와프를) 쉽게 해줄 것 같진 않지만, 이렇게 협상이 교착상태로 가게 되면 돌파구를 찾는 차원에서도 수용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무제한까진 아니지만 예전에도 한 적이 있다. 한시적으로 하고, 금액도 대폭 늘려주는 정도로 수용이 가능하지 않나”라며 “미국 조지아 한국인 구금사태를 우리 입장에선 십분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통화스와프 등까지 포함해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 한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강 교수는 “일부에서는 투자를 철회하고 관세를 무는 것이 차라리 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며 “단순히 가격 탄력성을 간단하게 추정해 얘기했지만 일본, 유럽과 (자동차 가격이) 역전되면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인 상황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보다 더 높기 때문에 관세를 무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직접 투자’를 애초에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첫번째는 우리도 일본처럼 3500억달러의 투자 성격을 대출이나 보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리고 투자 기한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건물을 지어도 1~2년 만에 짓는 것 아닌가? 그때 그때 들어가는 돈만큼 조금씩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우선 최대한 돈을 주는 것을 늦춰야 한다. 그것에 더해 일정 부분 통화스와프도 당연히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만약 위의 내용들이 안 지켜지면 차라리 25% 관세를 맞는 것이 낫다”면서 “현재 무역수지인 600억달러 흑자에서 관세 25%를 맞는다고 해도 120억달러 손해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현 상태로는 투자가 사실상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두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시적인 통화스와프 체결을 놓고서도 허 교수는 “한시적으로 하더라도 금액이 너무 크지 않나?”라며 “우리가 해달라고 하면 우리만 해줄 수 없고, 비기축통화국 중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한 나라들이 다 해달라고 할 텐데,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 생각보다 골치 아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도 “우리 정부에서 마지막 카드로 관세 25%를 맞고 국내 기업이 관세로 피해를 보면 보조금을 주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그렇게 됐을 때 문제점은 (미국이) 괘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반도체·의약품 부문에서 한국의 최혜국 대우를 EU나 일본처럼 해준다고 했는데, 향후에 굉장한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를 더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재 우리 대미 협상 환경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실 거의 최악의 협상 환경이다. 여기에 안보에 대한 이슈까지 들고 와 버리면 진짜 방법이 없다”면서 “갈수록 미국은 자신들이 손해 볼 것 없다는 입장으로 나올 수 있다.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 (투자 기간을)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으로 한정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예를 들어 10년으로 늘린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협상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안보 측면에서 국방비를 5% 인상한다는 둥 제안을 통해 안보 카드로 경제 협상을 막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카드를 먼저 쓰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리할까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