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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내가 몰랐던 가족의 얼굴, 영화 ‘비밀일 수밖에’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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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내가 몰랐던 가족의 얼굴, 영화 ‘비밀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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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52번째 레터10일 개봉한 영화 ‘비밀일 수밖에’입니다. ‘기생충’ 시나리오 윤색을 맡았던 김대환 감독의 신작인데요. 포스터에 적힌 ‘가장 가까운 타인에게’라는 문구부터 와닿았습니다. 친구한테는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일도, 가족한텐 어쩐지 얘기하기 조심스러워지는 경험이 다들 있잖아요. 영화는 가장 가까운 타인, ‘가족’에게 비밀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여섯 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돋보입니다.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데,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그 비밀이 툭툭 터져나옵니다. 주인공 정하(장영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변 사람은 물론, 아들에게도 숨기고 있습니다. 춘천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면서, 집에선 동성 연인 지선(옥지영)과 함께 살고 있죠. 정하는 학생들에겐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인 진우는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랍니다. 이처럼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들이 한 겹 한 겹씩 벗겨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갈등은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됩니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 진우가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며 여자친구 제니를 데려오고, 곧이어 제니의 부모님까지 춘천에 여행을 옵니다. 마침 마라톤 대회가 열려 숙소를 구할 수 없게 되고…. 정하의 집에서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정하와 그의 연인 지선, 진우와 제니, 제니의 부모까지. 두 가족, 세 커플이 한 지붕 아래 모여 만들어내는 삐걱거림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잔잔한 이야기지만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제니의 아버지 문철(박지일)은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행동으로 주변을 곤혹스럽게 만드는데요. 전형적인 가부장 빌런인가 싶지만, 어느 순간 드러나는 인간적인 허점과 짠한 면모로 미워할 수가 없어집니다. 제니 어머니 역을 맡은 박지아 배우도 씬 스틸러 활약합니다. 우아한 말투와 기묘한 카리스마로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성소수자 엄마’라는 남다른 설정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왜 ‘비밀일 수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내내 자신의 연인을 친구라고 둘러댔던 정하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냐”는 아들의 물음에 “너가 상처받을까봐”라고 답합니다. 간명하지만 어쩐지 마음을 울리는 대사입니다. 이 환장할 소동극의 이면에는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고, 아들의 사랑을 통해 엄마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합니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한 인간이 얼마나 여러 겹으로 이뤄져있는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라 해도 가족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인’임을, 그리고 그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조용히 환기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가까운 타인’ 가족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럼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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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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