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석방 문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비롯한 한·중 관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장관의 방중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강화를 외교 정책의 근간으로 두고 있지만 한·중관계도 소흘히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혀 왔는데, 이번 방중이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오는 17일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등과 만나 한·중 간 여러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을 “이재명 정부 출범 뒤 한미 정상회담과 관세 협상 등 한-미 동맹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중 관계도 개선하고 관리하려는 입장이 일찍부터 세워져 있었고, 이에 따라 조 장관이 방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면 10월31일~11월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는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이 아직 확답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시 주석이 경주 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내년 아펙 정상회의 개최국이다. 이 계기에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공식 양자 방문하게 될 지 등도 한중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한 문제도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도 개최됐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강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한국 서해상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도 논의 석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취임 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중국이 대형 철제 구조물 등을 설치하는 등 서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등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외교의 과제도 어려워지고 있다. 조 장관은 취임 후 지난 7월 왕이 부장과 처음 통화하면서 “한국은 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양국 고위급 교류를 긴밀히 하면서 미래를 향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얻도록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에 대해 “중·한 관계는 어떤 제3국으로부터 제한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에 따라 대중국 포위망에 참여하는 것을 견제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임 조태열 장관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외교 형식상으로는 왕이 부장이 방한할 차례이지만, 조현 장관은 순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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