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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B 제동'에 컵대회 남자부 경기 취소→재개 '번복'... KOVO 안일한 대처가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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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B 제동'에 컵대회 남자부 경기 취소→재개 '번복'... KOVO 안일한 대처가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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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최 전 구단들 우려에 귀 닫은 배구연맹,
개막 전날 밤 '외국인 선수 참가 불가' 통보...
개막 후 대회 취소했다 재개하는 '사상 초유' 사태 발발
구단들 "연맹의 무책임함이 빚은 참사" 불만 터트려


14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배구연맹 제공

14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배구연맹 제공


국제배구연맹(FIVB) 승인 문제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 남자부 경기가 개막 하루 만에 취소와 재개를 오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배구연맹(KOVO)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KOVO는 14일 "오늘 오전 FIVB로부터 컵대회 남자부 경기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며 "취소했던 남자부 경기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FIVB가 제시한 조건은 크게 4가지다. △코보컵을 위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제한 △외국팀 및 외국인 선수 참가 불허 △세계선수권대회 등록 선수의 출전 불허 △코보컵이 정규리그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게 할 것 등이다. 이에 따라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 남자부 초청팀 태국의 나콘라차시마는 원래 상대하려던 팀과 연습경기만 소화하고 떠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가 재개되긴 했지만, 구단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회 개막 전부터 구단들이 각종 우려를 쏟아냈음에도 이를 흘려들은 연맹이 결국 사달을 냈다는 것이다.

일부 구단들은 애초 올해 컵대회 일정이 세계선수권대회(12~28일)와 겹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엔 다른 대회를 개최할 수 없고, 외국인 선수들의 ITC 발급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맹은 "컵대회는 이벤트 대회라 괜찮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개막 전날 밤 FIVB에서 "대회 개최 불가" 통보를 받은 뒤에야 부랴부랴 구단에 외국인 선수 참가 불가를 통보한 연맹은 개막 후 대회를 전면 취소했다가 재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연맹은 이에 대해 "컵대회를 정규 대회로 간주하는 FIVB와의 시각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구단들은 이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가 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우승하면 '트레블'이라고 하는데, 컵대회가 이벤트 대회면 트레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작금의 사태는 구단들이 우려를 표했을 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연맹의 무책임함이 빚은 참사"라고 지적했다.


파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FIVB가 컵대회 출전을 금지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선수 범위에 대표팀 예비 명단도 포함돼 있어서다. 지난 13일 남자부 A조 개막전에서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을 활용해 경기를 치른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경우, 해당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은 예비 명단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될 경우, 리베로 등 특정 포지션에 선수가 없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은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맹은 "FIVB와 협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차질을 빚지 않게 최대한 신속히 하려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