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 8월 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구속 기소한 민중기 특검팀이 전씨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청탁이 실현되자 “전부 다들 권성동 의원이 애를 많이 써줬다”라는 취지로 통화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그의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날 입수한 22쪽 분량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전씨가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경북도의원, 봉화군수, 영주시장 공천에 개입했다고 봤다. 당시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봉화군수 후보와 경북도의원 후보로 각각 박현국 봉화군수와 박창욱 경북도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달 브로커 이모씨로부터 박남서 전 영주시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도 받았다. 이후 봉화군수에 대한 청탁을 권 의원에게 전달하고 경북도의원에 대한 공천 청탁을 오을섭 당시 국민의힘 선거캠프 네트워크본부장에게 전달하는 등 청탁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특검은 이후 전씨가 이들에 대한 청탁이 실제로 이행됐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판단했다. 2022년 5월 9일 박남서 영주시장 후보와 통화하며 “봉화군수와 영주시장이 이번에 공천을 받았는데 전부 다들 권성동 의원이 애를 많이 써줬다”는 취지로 통화했다고 한다. 또, 전씨는 같은 날 브로커와 통화하며 “봉화군수, 경북도의원, 영주시장 모두 안 될 놈들을 공천되게 만들어준 거야”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청탁의 대가로 박 도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진 “윤석열·김건희와 인연… 통일교 검찰서 문제 되는 일 없을 것”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통일교 측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특검 수사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3월23일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돼 잘 알고 있고, 김 여사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앞으로 통일교가 검찰에서 법적으로 문제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김 여사 및 소위 ‘윤핵관’ 등 윤 전 대통령 주변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이용해 통일교 여러 현안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자신에게 ‘통일그룹 고문’ 자리와 함께 연 50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고 윤씨는 이를 승낙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실제 전씨는 2022년 4월 7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통일교 운영 카페와 같은 해 7월29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호텔 식당에서 윤씨로부터 현금 15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받았다. 특검은 전씨가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전씨는 윤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용’ 명목으로 그라프 목걸이 등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희림 측 ‘세무조사 무마’ 부탁에… 윤한홍·김창기 저녁 자리 주선
특검 수사를 통해 전씨가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 대표의 아내로부터 희림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등을 청탁받으며 4500만원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드러났다.
특검은 공소장에 전씨가 2022년 7월쯤 희림 대표 아내 B씨로부터 “남편이 근무하는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적었다. 전씨는 B씨에게 “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강남의 한 식당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창기 전 국세청장과의 저녁 자리를 주선했다고 한다.
이후 전씨는 B씨에게 “부탁을 맨입으로 하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 주느냐”고 말하며 B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 전씨는 2022년 7월쯤 B씨로부터 강남의 한 빌라를 임차하도록 해 임차비용을 대납받고, 2022년 12월부터 B씨가 운영하는 여행사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총 4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B씨는 ‘서울 압구정3구역 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서울시의 희림 고발 사건 무마’ ‘희림의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알선’ ‘지인의 공공기관 고위직 임명 알선’ ‘B씨 운영 여행사의 문체부 중국전담여행사 지정 알선’ 등을 전씨에게 청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희림 측은 “희림은 세무조사 무마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희림 관련자 또는 관계자와 식사 자리뿐만 아니라 어떠한 자리에도 동석한 적이 없다”며 “희림과 관련한 어떠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행사에 문체부 관계자 불러줄게… 여사는 안 돼”
전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영향력을 과시하며 편의 제공을 빌미로 한 스타트업으로부터 1억 6702만원을 챙긴 혐의도 적혔다.
전씨는 2022년 7월 전모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라이언 홀리데이 인 부산 오픈식’에 김 여사를 비롯한 유력자 등을 초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씨는 “여사는 안 된다”라며 고위공직자들을 행사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실제 이 행사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과 이성관 당시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전 대표는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전씨의 딸로부터 “아버지를 통해 김 여사 등을 부를 수 있는지 확인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전씨가 2022년 8월 전 대표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며 본인과 친분이 있는 김성제 의왕시장을 소개해줬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그러면서 김 시장에게 콘랩컴퍼니의 의견을 전달해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의왕시는 이듬해 4월 25일 콘랩컴퍼니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던 무민 캐릭터를 이용해 백운호수 의왕무민밸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전씨는 콘랩컴퍼니에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하며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너희는 뭘 해줄 것이냐. 딸한테는 월 400만원을, 내 차량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 특검의 조사 내용이다. 전 대표는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식으로 전씨 측에 총 1억6702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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