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관리비 300만원+‘α’, “비싸서 아무나 못버틴다”
깐깐해진 신원검증…‘입주민 3세대’로 세대교체
남향보다 북향 선호, 시아준수·김성경·황재균 등 거주
깐깐해진 신원검증…‘입주민 3세대’로 세대교체
남향보다 북향 선호, 시아준수·김성경·황재균 등 거주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회원 전용 콘텐츠 <초고가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생생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평생 숙원이자 역작이다. 높이만 555미터(m)로, 전 세계에선 6번째로 높다. 그리고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는 총 223가구만이 입주할 수 있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가 있다. 시그니엘 입주민이라면 사실상 모두가 ‘펜트하우스’에 사는 셈이다.
‘높이로 압도하는 곳’ 재력을 과시하기엔 여기가 최고
2017년 시그니엘이 처음 완공됐을 때 이 곳에 입주한다는 자체만으로 대한민국 ‘최정점’에 있음을 상징했다. 시그니엘은 당시 분양가가 3.3㎡당 평균 7500만~8000만원 선으로 40억~300억원대까지 달했다. 가격 뿐 아니라 건물 높이가 주는 압도감, 상징성, 희소성 등도 자산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롯데월드타워[롯데물산 제공]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평생 숙원이자 역작이다. 높이만 555미터(m)로, 전 세계에선 6번째로 높다. 그리고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는 총 223가구만이 입주할 수 있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가 있다. 시그니엘 입주민이라면 사실상 모두가 ‘펜트하우스’에 사는 셈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42층 라운지 전경. 서울 전경이 보이는 이곳은 입주민 전용 출입증이 있어야 이용 가능하다. [서정은 기자] |
‘높이로 압도하는 곳’ 재력을 과시하기엔 여기가 최고
2017년 시그니엘이 처음 완공됐을 때 이 곳에 입주한다는 자체만으로 대한민국 ‘최정점’에 있음을 상징했다. 시그니엘은 당시 분양가가 3.3㎡당 평균 7500만~8000만원 선으로 40억~300억원대까지 달했다. 가격 뿐 아니라 건물 높이가 주는 압도감, 상징성, 희소성 등도 자산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분양 초기에 뮤지컬 배우 김준수, 배우 조인성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이 곳을 거주지로 선택한 점도 화제가 됐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면적 206㎡ 내부 전경 [서정은 기자] |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불렸던 시그니엘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시그니엘에 산다’는 것을 이용해 신뢰나 영향력 등을 넓히려는 이들이 단기임대, 월세 계약을 통해 몰려든 것이다.
시그니엘은 아파트가 아닌 레지던스이기 때문에 단기임대가 많다. 세대 수도 다른 초고가주택에 비해 많은 편이라 입주민들의 드나듦이 빈번하다. 펜싱선수 남현희씨로 인해 알려진 전청조씨는 월세 3500만원에 시그니엘을 3개월 간 단기임대했다. 특히 42층 입주민 전용 미팅룸을 활용하며 사람을 모았다.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도 시그니엘 생활을 SNS 등에 활발히 공유한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지하 주차장에 슈퍼카가 늘어서 있는 모습 [서정은 기자] |
하지만 이후 사업자등록증이나 통장잔고확인서 등을 통해 입주민 신원을 꼼꼼히 검증하고 있다. 실제 시그니엘 입주민들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막대한 부를 숨기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있다고 한다. 지하 2~3층이 입주민 전용 주차장인데, 고객 전용 주차장인 지하 4층에 차를 대놓는 입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기자가 시그니엘을 찾은 날도 지하 4층에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형형색색의 슈퍼카들이 줄지어 있었다.
A씨는 “입주민들 상당수가 다주택자인만큼 세무조사에서 이 곳이 거주지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업무용으로 쓰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와 업무용 용도가 각각 50%씩 혼재돼있다”고 전했다.
시그니엘 42층 게스트룸. 게스트룸은 입주자 예약을 받아 이용가능하다 [서정은 기자] |
관리비 月 300만원도 우습다…“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오라”
시그니엘은 전용면적 206㎡을 기준으로 월세만 보증금 2억원, 2000만원 수준이다. 세도 비싸지만 거주할 때 고려해야할 게 또 있다. 바로 관리비다.
월 관리비는 300만~4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세대마다 천차만별이다. 오피스텔 특성상 부대비용이 아파트보다 많이 드는데다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해 인건비 외에도 각종 컨시어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관리비가 무서우면 애초에 입주를 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시그니엘 입주자들이 뽑은 첫번째 장점도 ‘호텔같은 집’이다. 시그니엘 라운지는 호텔 로비와 같고, 복도 구조와 조명 조도도 호텔식을 차용했다.
시그니엘 내부 전경. 주방 가구들이 모두 빌트인 되어있고, 서울 시내를 조망가능하다. [서정은 기자] |
시그니엘 입주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호텔 로비에서 대리 주차와 짐을 맡긴 뒤 총 두 번의 엘리베이터를 갈아타 42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 택배는 지하 1층, 배달음식은 로비에 맡기면 밤 10시까지 호텔 직원들이 문 앞으로 가져다준다고 한다.
42층은 철저히 입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돼있다. 입주민 전용 카페, 스크린골프장, 게스트룸, 미팅룸, 파티룸 등 각종 룸이 구비돼있다. 파티룸은 시간당 6만원 안팎이며 돌잔치, 생일파티 등이 이뤄진다. 게스트룸은 20만~30만원 안팎으로 입주자가 예약을 해야 이용가능하다. 롯데호텔 85층 수영장도 이용 가능하다. 월세 입주자들의 경우, 대부분 집주인들이 롯데호텔 회원권을 보유 중이라 이를 양도받아 사용한다고 한다.
시그니엘 내부는 이탈리아산 고급 타일과 가구, 히노키(檜·편백나무) 욕조 등이 설치돼있다. 주방에는 냉장고·와인셀러·음식물처리기·식기세척기 등 빌트인으로 구비돼있다.
타워 구조상 위로 좁아지기 때문에, 같은 타입이라도 아래 층이 더 넓다는 점도 특징이다. 시그니엘은 ‘글라스 커튼월’ 구조로 돼 창문을 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열 교환식 공조 시스템을 통해 환기에 유독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대형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바닥 난방 대신 온풍 난방을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중층(50층대, 북향)에서 바라본 전경.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남향보다 북향을 더 선호한다 . [서정은 기자] |
독특한 점은 또 있다. 내부에 기둥이 있다는 점이다. 타워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각 매물마다 기둥이 위치가 제각기라는게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일부 입주자들은 기둥이 있는 방을 아예 방음벽을 설치해 취미방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롯데타워 내에 있기 때문에 모든 생활편의를 누릴 수 있는데다, 잠실역(2호선과 8호선)과 지하도를 통해 바로 연결된 점도 특징이다. 최근 고급아파트들은 지하철역과 주거지 연결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시그니엘은 훨씬 앞서 이뤄진 셈이다.
남향보다 북향 선호…“이곳 오면 취향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선호 지역은 ‘남향(南向)’이지만 시그니엘은 예외다. 북향(北向)이 인기가 가장 높은데 북향이 풍수지리상 재물을 얻는 형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그니엘 남향에서는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반면 북향은 한강과 남산타워가 조망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동일 평수여도 분양 당시 북향이 10억원 가까이 더 비쌌다고 한다.
시그니엘은 전용면적 기준 133~829㎡으로 구성돼있다. 42층부터 시그니엘이지만, 세대 주거는 44층부터 시작된다. 이 가운데 펜트하우스는 68~71층은 복층 구조다. 주거 타입을 보면 총 12개로 다양해 “시그니엘을 보면 나의 공간활용과 취향을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물가도 방향, 층수, 구조에 따라 제각기다.
시그니엘의 입주자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선호가 높다고 한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신혼집으로 시그니엘을 택한 경우가 꽤 있다. 배우 조인성씨는 가족들을 위해 분양 초기 시그니엘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우 클라라·아나운서 김성경·야구선수 황재균씨 등도 신혼집으로 이 곳을 택했다.
호텔식 컨시어지, 활발한 네트워크 등에 반해 임차인이 다른 호실을 직접 매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번에 2~3개 호실을 임차하거나, 월세 1년치를 한 번에 결제한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학군지가 아님에도 초등학교·중학교 자녀를 둔 가족들이 시그니엘에 사는 경우도 많다.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해 대치동에서 학교를 보내고, 이 곳에서 주거하는 식이다.
최근 들어 이같은 장점에도 신축 프리미엄이 약화되면서 시그니엘 매물대는 과거보다 내려온 편이다. 2~3년 전에는 3.3㎡당 6000만원대를 넘었지만, 일부 타입은 4000만원대가 무너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매물대를 보면 전용 206㎡ (북향, 45층)은 89억원에 나와있다. 247m²(남동향, 61층)은 110억원에 나왔으며 비슷한 면적인 239.4㎡(북향, 57층)에 형성됐다.
초고가 주택이 과거보다 많아진데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구조와 선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도전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환경일 수 밖에 없어 ‘매물 품귀’도 없다. 대신 주거 편의성을 추구하는 외국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앞서 4월에는 154㎡가 56억원에 벨기에 국적 외국인 부부에게 매매됐다.
이재국 한국금융연구원 겸임교수는 “시그니엘은 외관이 ‘커튼월’ 구조로 일반적인 주거지에 비해 관리가 쉽지 않아 거주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면서도 “독자적인 네트워크, 서울 조망권, 편리성에서 장점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