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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세습은 노조 특권 빙산의 일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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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세습은 노조 특권 빙산의 일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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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한 노조가 노조원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달라고 요구한 문제를 거론하며 “(이런 행동은) 불공정의 대명사”라고 말했다. 최근 KG모빌리티(옛 쌍용차) 노조는 퇴직 희망자의 자녀를 특채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임금 체불, 안전 관리 소홀을 없애야 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자의 과도한 주장도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세습을 바라는 노조의 행태는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가 얼마나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라고 ‘세습’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그것을 무릅쓰고서라도 자기 자식을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지금 한국의 대기업 노조는 특권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리 노조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양하지만 그런 시대가 지나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한국 최대 최강의 기득권 세력이 노조다. 민노총 산하에는 평균 연봉이 1억원 안팎인 노조가 수두룩하다. 이들이 한국 최대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을 이뤄 이제는 정치적 영향력까지 막강해졌다. 온갖 불법을 일삼아도 경찰이 눈치 보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대통령실 노동비서관은 한국노총 본부장 출신이다. 정부 핵심에까지 다 진출했다. 지금 기업에선 노조가 갑이고 경영자는 을이라고 한다. 누가 과장이라고 하겠나.

이 귀족 노조가 똘똘 뭉친 곳이 민노총이다. 그렇게 뭉쳐서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더욱 바늘구멍으로 만들고 있다. 안 그래도 AI 시대의 본격 개막과 함께 청년 취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청년 44만명이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구직 단념)’ 상태에 있다. 철밥통 귀족 노조들이 일자리 입구를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현재 13% 정도에 불과하다. 민노총의 주력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 근로자나 비정규직은 노조 특권과는 다른 세상에 있다. 이 양극화 골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있는 근로자를 위해 청년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특권 노조 세력의 요구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들어주고 있다.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는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6개월여가 남았지만 이미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파업 예고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노조가 추가로 요구하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정년 연장도 국정 과제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 노사 관련 법규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노조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경영계가 노란봉투법 대응 방안으로 호소하는 사업장 점거 쟁의 행위 금지, 대체 근로 허용 등은 철저하게 묵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노조원 세습’ 문제는 한국 노조 특권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특권 노조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민노총 등에 양보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노동 개혁 없이 우리 사회나 경제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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