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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만개 증발한 美일자리…美 연준, 금리인하 속도전 불가피

이데일리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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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만개 증발한 美일자리…美 연준, 금리인하 속도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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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통계국, 고용 증가폭 절반수준으로 하향 조정
레저·소매·서비스업 전반 고용 감소, 경기 둔화 뚜렷
베센트 재무장관 “사실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JP모건 다이먼 “침체냐 둔화냐…경제 불확실성 확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당초 발표치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신규 고용 수정 예비치’에서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간 신규 고용(일자리)은 기존 발표치보다 91만1000개 적었다”고 밝혔다. 고용시장의 둔화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이미 진행돼 온 것으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美 고용 증가세 대폭 하향…연준 금리 인하 전망

미 노동통계국이 수정해 발표한 통계치에 따르면 이 기간 신규 일자리는 85만개로, 기존 발표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하향 조정으로, 최근까지 탄탄해 보였던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약했음을 보여줬다. 최종 수치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신규 일자리 하향 조정은 거의 전 산업에서 나타났다. 레저·접객업에서만 17만6000개의 일자리가 기존보다 줄었고, 소매업은 고용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업을 포함한 서비스업 전반에서도 하향 조정 폭이 컸다.

이번 조정은 최근 고용시장의 둔화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이미 완만하게 진행돼 왔음을 확인한 결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고용시장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했으며,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일부 위원은 이번 수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지난 7월부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8월 신규고용이 2만2000개 증가에 그치고 실업률이 4.3%로 치솟으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수정된 고용 통계를 근거로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이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 두고 보자”며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했듯, 사실이 바뀌면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경제를 물려받았고, 연준이 고금리로 성장을 억누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보다 압박한 것이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수정을 “미국 경제 약화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경제가 약화하고 있다”면서도 “이것이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단순한 둔화에 그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고용과 지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다”며 “기업 실적은 견조하지만 경제 전반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준이 이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그 조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조작 비판했지만…통계수정은 정례절차

노동통계국의 일자리 대규모 수정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노동통계국 국장을 전격 경질했으며, 지난해에도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대규모 수정이 발표되자 경제 성과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통계 기관의 실패라기보다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고용 통계의 월별 수정과 기준 수정은 매년 새 자료를 반영해 이뤄지는 정례 절차다. 최근 몇 년간 수정 폭이 특히 커진 것은 팬데믹 이후의 특수한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초기 고용 수치가 기업 개·폐업 조정 방식이나 불법 이민자 노동자 집계 문제 등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불법 이민자는 실업보험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 초기 추정치와 최종 수치 간 괴리를 키웠을 수 있다.


노동통계국은 매달 사업체와 가구를 대상으로 한 두 가지 조사로 고용 통계를 작성한다. 이번 기준 수정은 사업체 조사 기반의 ‘급여 명부’ 자료에 국한되며, 가구 조사 기반의 실업률 통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노동통계국은 매년 3월 기준 고용 수치를 분기별 고용 및 임금 조사(QCEW)와 대조해 보정한다. 이 자료는 주 단위 실업보험 세금 기록을 기반으로 하며, 미국 내 거의 모든 일자리를 포괄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초기 일자리 자료는 QCEW보다 높게 집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전문가는 노동통계국이 사용하는 ‘출생-사망 모델’의 정확성이 팬데믹 이후 떨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