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호랑이’ 등 7점 전시
11월 30일까지… 굿즈도 출시
11월 30일까지… 굿즈도 출시
1592년 작 ‘호작도’.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화면 우측 상단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있어 정확한 제작연도를 알 수 있고, 민화가 아닌 일반 회화 형식으로 그려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자 미상. 비단에 수묵, 160.5×95.8cm. /리움미술관 |
산에서 위엄 있게 내려오던 호랑이가 허리를 틀고 위를 바라본다. 화면 왼쪽 소나무를 배경으로 주위엔 새끼 호랑이 세 마리가 있고, 소나무 가지 위엔 까치 두 마리가 앉아있다. 1592년 임진년에 그린 작자 미상 그림 ‘호작도’.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호랑이(더피)와 까치(수지)의 원류가 공개됐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상설 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를 열고 1592년작 ‘호작도’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조선 후기 민화의 대표적 주제였던 호작도의 원류이자,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까치호랑이 민화 4점이 전시된 모습. /리움미술관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호랑이(더피)와 까치(수지). /넷플릭스 |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했던 동물로, 전통 미술의 중요한 소재로 다뤄져 왔다. 특히 호랑이는 액운을 막아준다고 여겨져 호피도까지 그려 장식할 정도였고,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호작도는 조선 후기 민화의 대표적 주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선 까치호랑이의 기원을 보여주는 16세기 말 작품부터 해학과 풍자로 자리 잡은 19세기 민화, 김홍도의 정통 회화에 이르기까지 호작도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다층적 의미를 7점의 그림으로 만난다. 하이라이트는 1592년작 ‘호작도’.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 그림에는 여우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를 그린 ‘경조(驚鳥)’,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뛰어난 사람의 비범함으로 해석한 ‘유호(乳虎)’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19세기 ‘호작도’. 작자 미상. 종이에 수묵담채, 91.7×54.8㎝.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한국 민화 연구의 개척자인 조자룡 선생이 '피카소 호랑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리움미술관 |
19세기 들어 호작도는 민화로 전개되며 크게 유행했다. ‘피카소 호랑이’로 불리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19세기 ‘호작도’도 전시에 나왔다. 단순한 선과 해학적인 표정, 추상적인 표현법이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키는 걸작으로,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와 함께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볼 수 있다. 김홍도 작품은 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돌려 서 있는 호랑이의 자세가 까치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 도상과 맞닿아 있어 정통 회화와 민화의 상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신재현 작 '호작도'. 조선, 1874년 추정. 종이에 채색, 116.5×83.0cm. /리움미술관 |
단원 김홍도, ‘송하맹호도’. 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돌려 서 있는 호랑이의 자세가 민화 까치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出山虎)' 도상과 맞닿아 있다. /리움미술관 |
조지윤 실장은 “430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캐릭터의 원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11월 30일까지. 무료 관람으로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리움스토어에서는 까치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도 함께 선보인다.
까치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 /리움미술관 |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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