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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중 보행자 숨지게 한 운전자... 2심서 ‘6개월’ 감형

조선일보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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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중 보행자 숨지게 한 운전자... 2심서 ‘6개월’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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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고인도 중상, 구호 조치 할 수 없어…도주로 보긴 어려워”
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가 항소심에서 도주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아 1심 선고보다 형량이 줄었다.

대전지법 형사2-1부(재판장 박준범)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형량인 징역 8년을 파기하고,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3일 오전 2시 10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다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B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5%였다. 그는 제한 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시속 133㎞로 과속했고, 신호까지 위반했다.

사고 차량에는 A씨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 2명도 타고 있었고, 이 중 한 명도 중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119구급대원 등에게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 등 사고 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했다며 허위 진술하는 등 운전자로서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며 도주치사와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큰 상처를 입어 응급 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던 사정을 고려할 때 도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도주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우측 대퇴골 골절과 안면부 상처 등 중상을 입은 A씨는 119구급대의 응급 처치를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부상 정도에 비춰볼 때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는 물론 동승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할 수 없었으며, 동승자들은 A씨가 운전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119구급대에 스스로 운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맞으나, 사건 현장에서 빨리 이탈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민사 판결도 확정됐다”며 “원심 형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지만 음주운전으로 죄 없는 사람을 숨지게 하고 만취해 제한속도를 초과한 점, 처음에 운전 사실을 부인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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