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금리 인하' 전쟁 중이다.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압박으로 수익성 저하를 겪는 가운데, 차주의 부담 경감 방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차주의 금리부담을 경감시킬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정부가 연이어 '이자장사'를 경고하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수신금리 차이) 확대를 지적하자 이에 발맞추는 차원이다.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이 저조하다는 당국의 비판이 나오자 은행들은 비대면 접수 채널 확대 등 조치를 내놨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의 신용 상태가 개선될 경우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때아닌 금리인하요구권 경쟁이 은행 간 불붙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을 통한 차주 이자 감면액이 5대 시중은행 중 1위(72억원)란 점을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신용점수가 오른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는 등 접근성을 높였다. 우리은행의 요구 수용률이 최하위권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신청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수용률이 낮게 나온 것일 뿐 이자감면액만 따지면 5대 은행 중 2위"라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다. 금융사가 영업 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맡긴 돈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보호 한도가 오르는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21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5.08.21. /사진=뉴시스 /사진=김근수 |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초 당국 지시로 이미 한 차례 인하했고 이번에 추가로 시행하는 것은 소수점 세 자릿수 이하 절사 등 미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은 서민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연간 금리를 0.8%~1.0%포인트(P) 인하했다.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달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3%P 낮췄다. 케이뱅크도 같은 날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최대 0.33%P씩 인하했다.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가계대출 금리를 통해 총량을 관리하는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다.
인터넷뱅킹과 달리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신 규모 차이를 감안할 때 주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면 수요 급증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면 예금금리를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은행은 난색을 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을 유치하려는 건 결국 대출을 해주기 위함인데, 지금은 대출을 많이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은행채보다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 은행은 공공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고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9.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당국은 은행의 '이자놀이'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작 은행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높다지만, 총량 관리로 대출 규모 자체가 줄어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데다, 기업 대출 수익성까지 낮아지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의지는 굉장히 강하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각종 상생금융 정책으로 은행의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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