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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얼굴만이라도"… 사흘째 면회도 못하는 동료들

매일경제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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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얼굴만이라도"… 사흘째 면회도 못하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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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 100여 명의 대기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지 사흘째로 접어든 이날 회사 관계자와 가족 등 대기자들 중 대부분은 구금자들을 면회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포크스턴(미국) 최승진 특파원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 100여 명의 대기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지 사흘째로 접어든 이날 회사 관계자와 가족 등 대기자들 중 대부분은 구금자들을 면회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포크스턴(미국) 최승진 특파원


"이제 더 이상 면회를 위한 공간이 없다. 오늘 면회는 지금 이 시간부로 종료됐다. 다들 이제 돌아가달라."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지 사흘째로 접어든 7일 오전(현지시간).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 줄을 선 100여 명의 대기자들은 입구를 지키고 선 현장요원의 이 같은 말에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인으로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의 갑작스러운 단속으로 구금된 사람들의 안부를 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 대기자에 따르면 이날 면회는 오전 11시 15분 시작돼 오후 2시께까지 지속될 예정이었는데, 낮 12시 30분쯤 뜻하지 않게 종료됐다. 자신의 순서가 임박했다고 믿고 있던 일부 대기자는 "아침부터 나와서 기다렸다"며 탄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매일경제 취재진과 만난 면회 대기자들은 답답함과 공포심을 토로했다. 현지 공장 건설 관련 협력회사의 중간관리자는 "우리 회사에서 구금된 직원들은 라틴계인데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구금시설의 명칭은 'D 레이 제임스' 교정시설(Correctional Facility)이지만, 현관 안쪽 입구에는 '감옥(Prison)'이란 글자가 페인트로 덧칠된 채 남아 있었다.

구금된 한국인 중 남성과 일부 여성 근로자는 이곳 포크스턴 시설에 구금돼 있고, 여성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약 33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튜어트 구금시설에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르면 10일 인근에 있는 플로리다 잭슨빌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전세기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금된 한국인에 대한 영사 지원을 총괄하는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들의 귀국 시점에 대해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기가 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잭슨빌 국제공항은 이곳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다.


조 총영사는 영사 면담을 1차적으로 모두 마쳤다고 전하면서 "다들 모여 있는 식당에서 봤는데, 잘 계신다"며 "자택에서 있는 것만큼 편안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8일부터 구금된 한국인들의 한국행과 관련해 개별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조 총영사는 "희망하는 분들을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개별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원하는 분들이 빨리 한국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아직까지 구금한 한국인들에 대한 '외국인 번호(Alien Number)'를 부여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국인의 신원을 식별하는 번호로,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환을 위해서는 이를 부여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구금자들과 관련해 조 총영사는 "불편함이 있는 분들은 의사의 진단을 받은 처방까지 확인했고, 필요한 물품·약품도 우리가 전달해 드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구금시설 앞에서 만난 한 협력 회사 관계자는 미 이민당국의 이번 급습이 일찍부터 풍문으로 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침에 이민당국이 단속하러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은 일찍 퇴근하라고 전달했다"며 "체류 자격을 갖춘 직원들도 여럿 구금시설에 붙잡혀 왔고, 다행히 붙잡힌 당일 풀려났는데 그중 한 명은 자정까지 대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미 이민당국의 단속으로 체포된 475명 가운데 한국인은 300여 명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한국시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전하면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세기가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크스턴(미국)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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