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1일 일본 도쿄에 있는 아베 신조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인 8일 집권 자민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이 총재 선거 출마에 의욕을 나타내면서 당권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주목하는 유력한 후보 2명은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44) 농림수산상이다.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이 지난 6∼7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리 적합성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각각 19.3%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가 23%로 1위였고, 고이즈미는 22%로 2위였다.
당내에서도 이들이 포스트 이시바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14일 당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후보들이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무대에 함께 서 있는 모습. 사진 가장 왼쪽에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서있다. 왼쪽에서 세번째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왼쪽에서 네번째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도쿄 AP 뉴시스 |
다카이치, 日 첫 여성총리 유력
특히 다카이치는 지난해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으나, 결선에서 패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3위였다.
다카이치는 이시바 정권에서 자민당 총무회장직을 거절하는 등 당 집행부와 거리를 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시바 정권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보수계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보수 세력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지지하던 의원들을 기반으로 총재 선거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아소 다로 당 최고고문이 그를 지지했다.
다카이치가 당선될 경우 일본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보수층의 지지는 양날의 검이기도 한다. 구 아베파 등을 둘러싼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의 불길이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 아베파가 전면에 서면 여론의 반발이 높아질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한 다카이치 의원 -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2025.8.15 연합뉴스 |
‘아베걸’ 다카이치, 혐한 발언 도마
또다른 잠룡 고이즈미도 신사참배
아베의 정치 노선을 따르며 ‘여자 아베’, ‘아베걸’로도 불리는 다카이치가 차기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패전일이었던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그는 앞서 총재 선거 때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에 계속 참배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2022년 2월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극우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는 한국에 대해 “기어오른다”는 속된 표현을 써가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했다.
‘つけ上がる’(쯔케아가루)는 ‘상대방이 점잖거나 잘해주는 것을 악용해 버릇없이 굴다’, 즉 우리말 속된 표현으로 ‘기어오르다’라는 의미다.
다카이치는 또한 “주권 국가의 대표자로서 선인에게 존숭(존경·숭배)의 마음을 갖고 감사의 정성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당연한 것을 계속 해나가면 주변(한국 등 관련국)이 점점 바보같이 되어 불평을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망언을 이어갔다.
패전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 유력한 총리 후보로도 거론돼온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패전일인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이후 현직 각료의 참배는 처음 확인된 사례다. 2025.8.15 연합뉴스 |
또다른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 역시 지난달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회담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협력을 막 확인한 참이었다”며 “한국에서 이시바 총리는 역사 문제 등에서 비교적 온건하다고 알려져 퇴진 후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듯하다”고 해설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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