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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인권 국제포럼’ 개막···‘중처법 반대’ 안창호 참석에 시민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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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인권 국제포럼’ 개막···‘중처법 반대’ 안창호 참석에 시민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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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기업과인권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하진화 카카오  AI 안정성 선임 매니저가 ‘AI 기술과 인권 존중’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백민정 기자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기업과인권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하진화 카카오 AI 안정성 선임 매니저가 ‘AI 기술과 인권 존중’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백민정 기자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기업과인권 국제포럼’을 열고 기업의 인권 책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후위기·AI 확산 등 다양한 시대 과제를 앞두고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ESG에 대한 반발과 인권 의제 후퇴는 인권경영 후퇴의 대표적 신호”라며 “이제 규제만으론 현장의 실천을 담보하기 어렵고, 자발성만으로도 강제력과 보편성을 확보할 수 없다. 강제력을 갖춘 법적 규제와 기업의 자발적 노력, 시민·국제사회의 협력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인권경영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의 핵심 의제는 ‘기업 인권실사’였다. 실사는 기업이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유통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직접 조사해 인권침해나 환경파괴가 없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하는 절차를 뜻한다. 단순한 형식적 조사나 보고가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하는 제도다. 예컨대 아동 노동이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원자재를 쓰고 있지 않은지, 환경 파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가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성장과 경쟁력 확보의 열쇠라는 점이 강조됐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은 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위험을 미리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의무화한다. 강민주 기업과인권 리소스센터 한국대표는 “유럽 기업들 사이에선 실사 의무가 오히려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실사는 경영상 부담이 아닌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환산했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인권경영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24년 기업과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12곳 중 절반인 6개 기업이 글로벌 기준인 ‘기업인권 벤치마크 평가’에서 20점 만점에 10점 이하를 기록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체계적 대응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번 포럼에서는 강제노동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국제노동단체 ‘워크프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물품 중 약 2000억달러 정도 물품은 강제노동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중국 신장 지역의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에, 인도산 새우는 냉동식품과 외식 메뉴에, 우즈베키스탄 목화는 지폐와 옷감에 쓰인다. 한국조폐공사는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목화를 사용해 지폐를 제작했고,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발달장애인 강제노동이 드러난 태평염전에서 소금을 공급받았다. 인도네시아산 팜오일은 라면·과자 같은 가공식품과 화장품 원료로 널리 쓰이며 여전히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된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자발적 인센티브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강제노동 수입금지법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사에 앞서 안창호 위원장의 참석을 두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포럼 시작 전 포럼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주장과 노란봉투법 배제에 동조한 인사”라며 “인권경영의 핵심은 기업이 하청·재하청까지 책임을 지는 것인데, 반노동적 태도를 보인 인물이 국제행사에서 개회사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친기업·반인권적 행보를 멈추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업과인권 국제포럼> 시작에 앞서 ‘자격 없는 안창호 위원장의 기업과인권포럼 참석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민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업과인권 국제포럼> 시작에 앞서 ‘자격 없는 안창호 위원장의 기업과인권포럼 참석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민정 기자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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