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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34) 김미정 한양대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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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34) 김미정 한양대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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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마비 등 로봇 재활치료의 새로운 길 개척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49)는 노인재활과 소아재활, 그리고 스포츠의학 분야 최신 치료를 개척하는 중견 여의학자다.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 줄기세포를 통한 뇌성마비 치료 등 연구에 매진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료에서는 서글서글한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김 교수가 소아과 이영호 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뇌성마비 아동의 줄기세포 치료는 지난해와 올해 연구를 통해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지금은 줄기세포뿐 아니라 뇌성마비 환아 자신의 말초혈액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 연구로 발전했다. 또 노인재활 치료의 하나로 보행이 어려운 뇌졸중 편마비(한쪽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활로봇(보행보조 로봇) 연구도 한양대 로봇공학과 한창수 교수팀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뇌성마비나 사고로 뇌손상을 당한 경우 물리치료나 작업치료와 같은 기본적인 재활치료만을 시행했지만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 발달과 더불어 질병의 경과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혈이나 말초혈액의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 증폭시켜 다시 체내에 주입해 새로운 신경 발달을 유도하는 치료다. 그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알 수는 없다”면서도 “이런 치료와 기존의 재활치료를 병행하면 획기적인 상승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활의학 분야의 최신 치료법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김미정 교수가 무릎 재활치료중인 환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재활의학 분야의 최신 치료법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김미정 교수가 무릎 재활치료중인 환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노인·소아재활·스포츠 의학 신경 발달 유도 치료법 개척

줄기세포 시술 새 지평 기대

국가대표 팀닥터·의무위원 등 대외 활동 활발·논문도 90편


기존 치료법은 환자 질병 진행을 억제하지 못하고 합병증이나 기타 증상 악화를 치료하는 대증적인 치료법인 반면 줄기세포 치료는 병의 원인을 치료해 질병 경과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로봇을 이용한 재활도 향후 재활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2개의 특수클리닉을 열고 있다. 소아 줄기세포클리닉은 소아과 이영호 교수와의 협진으로 뇌성마비나 외상 후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 등 난치성 소아질환자에게 제대혈이나 말초혈액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다. 또 장애인스포츠 등급분류클리닉은 장애인스포츠 종목(보치아, 론볼, 축구, 펜싱 등) 선수들에 대한 등급 분류를 직접 대회가 치러지는 경기장에 가서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1989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인턴을 마친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1994년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했다. 1994년부터 3년간 서울아산병원 전임의(펠로)를 하고 나서 1997년부터 한양대병원에 몸담고 있다. 이곳에서 전임의와 연구교원으로 2년간 근무한 뒤 1999년 3월에 교수요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2002년 9월부터 1년5개월간 미국 스탠퍼드대병원 척추센터에서 해외연수를 했다. 2004~2011년 재활의학과 주임교수 및 과장을 맡아 최연소 주임교수 보직의 기록을 갖고 있다. 2006년엔 장애인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했다.

김미정 교수가 재활의학과 외래진료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김미정 교수가 재활의학과 외래진료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07년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의무위원과 2008년부터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상임이사를 맡는 등 다양한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 2010년 노인재활의학회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 8월에는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팀닥터 및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으로 위촉됐다.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약 90편이다.

“환자를 볼 때 늘 마음속으로 ‘모든 환자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모든 환자들이 나의 부모님이나 언니, 오빠, 동생 같은 가족이라고 여기는 거죠. 환자를 정성껏 볼 수밖에 없는 최고의 동기 부여입니다.”


김 교수의 부친은 의무장교 출신으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부모님이 1남1녀의 자녀를 차별 없이 키운 덕에 오빠(성형외과 전문의)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됐다. 인턴 때 지금의 시아버지인 민병근 교수(정신과)의 조언이 재활의학과를 지원한 계기가 됐다. 울산대 의무부총장, 의대 학장, 서울아산병원 부원장을 역임한 민 교수는 (김 교수가 인턴 때) “40세가 되면 한국에서 재활의학의 중요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했다.

재활치료 중인 여성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미정 교수.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재활치료 중인 여성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미정 교수.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시댁은 남편만 빼놓고 형제들이 모두 의사다. 결혼은 서울아산병원 레지던트 2년차 때인 1992년 했다. 남편은 공대 출신으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모끼리 아는 사이인데, 당직을 서느라 밤 11시가 넘어 겨우 끝나면 남편이 어김없이 찾아와 주차장에서 심야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10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준 정성에 감동해 결혼에 골인했고, 딸 2명(대학 4학년, 고3)을 뒀다.

“결혼 이후 지금까지도 절 뒷바라지해주느라 고생하신 어머님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엄마, 아내, 며느리 자리를 감싸준 저의 모든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 마음이고요.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성인영 교수님이나 저희 과의 박시복 교수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지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직장생활이 가족이나 동료 등의 따뜻한 배려가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의사로서, 교수로서 일을 하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2014년에는 임상연구 활동과 여자축구대표팀 닥터나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의학 관련 일에 좀 더 치중할 계획이며,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은 마음입니다.”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김미정 교수. | 한양대병원제공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김미정 교수. | 한양대병원제공


한양대병원 권성준 원장(외과)은 “김미정 교수는 활발한 성격과 편안한 대화로 환자에게 다가서는, 환자들에게 사랑받는 의사”라며 “가끔씩 외과의사의 직업병이라고 할 목과 어깨의 통증 진료차 방문하면 내 아픈 부위를 족집게처럼 찾아내 신통한 치료결과를 선사해주는 명의”라고 말했다.

■ 김미정 교수가 말하는 로봇 재활치료

재활치료 분야에도 로봇시스템이 등장했다. 기존 재활치료는 주로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가 마비된 팔다리를 운동시켜 주는 단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첨단 로봇기술을 이용한 재활치료는 치료사의 도움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환자나 장애인 스스로 마비된 팔다리를 운동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걷기나 식사 등 일상생활 동작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치료도 있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는 “고령 장애인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보행보조 로봇, 일상생활 동작 수행을 돕는 상지로봇, 인지기능을 돕는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풍이나 척추손상, 뇌성마비와 같이 사지마비나 편(측)마비로 인해 수족을 못쓰게 된 많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는 첨단 재활분야”라고 설명했다.

재활 환자가 근무를 하면서 스스로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 한양대 로봇공학과 제공

재활 환자가 근무를 하면서 스스로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 한양대 로봇공학과 제공


로봇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컴퓨터와 각종 제어시스템, 동작신호 감시시스템, 생체신호센서기술 등 고도의 정밀과학이 결합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는 한양대 로봇공학과에서 개발한 다양한 종류의 로봇 재활치료기기에 대한 임상연구를 3년 전부터 수행하고 있다.

한양대 공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가 김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성마비 환자 인지발달을 돕기 위한 로봇 연구를 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나 인공관절수술로 약화된 무릎관절 근력과 관절운동각도 증진(무릎관절기능 복원)을 위한 보조로봇과 관련된 임상연구도 마쳤다.

이 밖에 편마비 장애인과 노화로 하지 근력이 약해진 노약자 독립보행을 위한 하지근력 지원용 이동보조 로봇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