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1년 약값 1.7억, 아들 결혼자금도 털어"…급여 불발에 폐암 환자 절망

머니투데이 박미주기자
원문보기

"1년 약값 1.7억, 아들 결혼자금도 털어"…급여 불발에 폐암 환자 절망

속보
미네소타주, 연방 이민 단속요원의 여성 살해후 트럼프 행정부 고소
대상자 극히 적은 2차 리브리반트 단독요법만 급여 첫 관문 넘어
환자단체 "유일한 약이지만 연간 비용 1억7000만원 달해 부담 커, 건강보험 급여 지원 절실"

폐암약 '리바리반트' 개요/그래픽=윤선정

폐암약 '리바리반트' 개요/그래픽=윤선정


"56세 남편이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걸렸습니다. '리브리반트'가 유일한 치료제로 효과가 좋다고 해 세포독성 항암제와 1차 치료에서 병용요법으로 투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브리반트가 비급여 약제로 고가라 전체 비용만 3주에 900만원이 듭니다. 1년이면 약 1억7000만원에 달합니다. 남편은 생업을 그만뒀고,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노후자금과 아들 결혼자금을 털어 치료에 쓰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진작 팔았고 집도 내놨습니다.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비참합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리브리반트 1차 병용요법 등의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합니다."(폐암 4기 환자 보호자 유혜순씨)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2차 치료 시에만 단독요법으로 리브리반트에 급여 적용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암 환자에 건강보험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질적 치료를 위해 1차 치료에서 다른 약제와 병용해 쓸 수 있도록 급여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임형석 한국폐암환우회 이사)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존슨앤드존슨의 폐암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급여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계의 실망감이 크다. 생존율을 높여 실제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1차 치료에서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등의 급여 적용이 좌절돼서다. 이재명 정부가 보장성 확대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항암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브리반트는 국내에서 1·2차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 허가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EGFR과 MET 수용체를 이중으로 표적해 종양 성장 억제·종양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8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개최된 '2025년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존슨앤드존슨의 제약사업 부문인 한국얀센이 신청한 리브리반트의 요양급여 적정성이 논의됐다. 건강보험 급여 지원 적정성이 논의된 건데, 그 결과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서의 단독요법으로만 리브리반트의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2차 치료 시 단독요법으로만 리브리반트의 급여화를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급여 적용은 추후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쳐야 등재가 가능하다.

한국얀센이 신청한 다른 3개 병용요법들은 모두 급여 적용에 실패했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로써 (세포독성 항암제인) 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로써 레이저티닙(약품명 렉라자)과의 병용요법 △이전에 EGFR TKI를 포함해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서의 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이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리브리반트의 급여화 요청 청원이 올라왔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 청원인은 1년 리브리반트 약값만 1억5000만원가량이 들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사진= 국민동의 청원 캡처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리브리반트의 급여화 요청 청원이 올라왔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 청원인은 1년 리브리반트 약값만 1억5000만원가량이 들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사진= 국민동의 청원 캡처


환자단체는 정작 치료에 효과가 있는 1차 치료 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등의 급여 등재가 실패해 사실상 리브리반트의 건강보험 적용이 좌절됐다고 본다. 임형석 폐암환우회 이사는 "최근 EGFR 엑손 20 변이 폐암 4기 환자 가족이 유일한 약인 리브리반트의 급여화를 요청하는 국민동의 청원을 했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분은 1차 치료에서 리브리반트 급여화를 원했는데 염원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며 "1차 치료 약제 실패율이 높아 2차 치료를 하기 전에 돌아가시거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2차 치료까지 기다려야 리브리반트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 병용요법을 쓰고 있어 실제 리브리반트 건강보험 지원 대상자 수는 극히 적을 것이라고도 했다.

리브리반트 투약 폐암 환자 보호자인 유혜순씨는 "2차 치료에서 리브리반트 단독요법에만 급여를 적용하겠다는 건 급여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주변에선 돈이 없으니 암 치료를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데 리브리반트 1차 병용요법 치료에서의 건강보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각종 연구결과에서도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생존율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왔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선택제로 리브리반트의 가능성을 평가한 임상 3상 연구에서 리브리반트와 화학요법 병용요법은 항암화학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0% 감소시켰다. 리브리반트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병용요법은 표준 치료법으로 여겨지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타그리소 대비 1년 이상 연장됐을 것으로 예상되며 추후 구체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리브리반트는) 정말 (EGFR 20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유일한 약제고, 다른 대안이 없다"며 "EGFR 20 변이라는 게 대단히 안 좋은 예후를 가진 만큼 급여가 빨리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