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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실용정부의 집권세력

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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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실용정부의 집권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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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추진단 "법안 지적·우려 무겁게 인식…최종안 마련 최선"
[the300]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 후 첫 국무회의. 축제 분위기를 뚫고 한 국무위원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나지막이 위로 섞인 안부 인사를 건넸다. 정 장관은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괜찮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에 신중론을 편 정 장관을 향해 여당 내 소위 '강경파'가 "장관의 본분에 충실한건가" "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됐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때였다.

격식 없는 자리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경찰에 "인사 '스윙'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경찰 고위직 인사까지 좌우된다는 의미다. 새 정부 입맛에 맞는 경찰들이 '깜짝' 승진 및 발탁되고 그렇게 은혜를 입은 경찰들은 보은에 힘쓰는 악순환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정당이 정권을 주고 받는 양당제 국가다. 경찰 인사 독립에 대한 토론이 전무한 상황에서 1차 수사기관들의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은 향후 현 여권에게도 칼날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과거 '정치 검찰'로 불리던 일부 검찰의 잘못된 행태가 다른 방식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다.

주목받지 못하는 목소리 중에는 경제 분야에 특화·누적된 검찰 수사력이 사장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더라도 검사 신분을 버리고 중수청으로 갈 검사가 드문데 행정안전부의 지휘를 받는 중수청에 직을 옮길 검사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행안부 산하 중수청은 대부분 경찰 인력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형사·경비·교통 등 경찰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 외에 금융을 비롯한 경제범죄 수사 등 그렇지 못한 영역에선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중수청 역할을 하고 있는 FBI(연방수사국)는 1908년 창설 이래 줄곧 법무부 산하에 있다. 중대범죄 수사를 감독하려면 법리에 능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절도, 폭행 등 단순한 범죄야 법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적 공백을 노리는 지능형 범죄는 얘기가 다르다. 중수청 소관 부처를 놓고 윽박지르기 대신 신중한 토론이 필요한 이유다.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우는, 책임있는 집권세력으로서의 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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