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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 창설 80주년, 대만을 국제사회가 포용할 기회다

조선일보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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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 창설 80주년, 대만을 국제사회가 포용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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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제사회는 심각한 불확실성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끊이지 않는 갈등과 경제 위협, 민주주의 후퇴, 허위 정보 확산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는 민주 국가들의 굳건한 연대만이 회복력을 높이고, 소중히 지켜온 삶의 가치를 수호할 수 있다.

대만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에 위치한 대만은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내며 권위주의 확장을 저지하고 있다. 아울러 강건한 경제력과 완전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바탕으로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비(非)홍색 공급망’을 핵심으로 한 경제·무역 전략을 추진해, 권위주의 체제가 핵심 산업을 좌우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대만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가치를 수호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칭더 총통은 국방 예산 증액과 사회 전반의 회복력 강화를 약속했다. 대만은 결코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으며, 평등과 존엄을 바탕으로 양자 간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외교·국방·과학기술 등을 결합한 종합 외교를 추진해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안정된 세계 번영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또 민주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불확실한 지정학적 위험에 공동 대응하고, 권위주의 영향력을 저지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은 우방 번영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라과이와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 개발에 협력해 국가 차원의 의료 정보 관리 역량을 강화했고,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와 전략적 석유 비축 탱크 건설에 협력해 에너지 안보를 제고했다. 또 팔라우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스마트 섬나라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성과는 대만의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세계 발전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국제사회로부터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 체계에도 참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배제는 중국이 1971년 유엔 총회 제2758호 결의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부당하게 연결시켜 대만의 국제적 참여를 가로막은 결과다.

사실 유엔 총회 제2758호 결의는 대만을 언급한 바가 없다. 이 결의는 오직 중국의 유엔 내 대표권 문제를 다룬 것이며,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분이라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 체계에서 대만을 대표할 권한을 부여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은 이러한 불공정에 맞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가 G7 정상회의 등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또 여러 국가 행정부와 입법부 역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유엔 총회 제2758호 결의가 대만의 지위를 결정하지 않았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참여를 배제하지도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

유엔 창립 80주년을 맞이하고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5년 앞둔 지금이야말로 대만을 국제사회에 포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만은 국제 무대에서 정당한 지위를 인정받고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와 기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를 호소한다. 오직 손을 맞잡고 협력할 때만 인도·태평양은 물론 전 세계가 더욱 아름답고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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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자룽 대만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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