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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09] 국민소득 5만달러? 화장품으로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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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09] 국민소득 5만달러? 화장품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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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09]
“한국 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당신은 근거도 없이 ‘왜 국운이 좋다’ ‘후천개벽이 왔다’는 등의 엉뚱한 이야기만 해 대는가?” 장년 식자층 한 분이 필자에게 돌직구로 들이댔던 질문이다. 그러다가 엊그제 화장품 업체 오너인 L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후천개벽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하나 장만한 것 같았다. 정치를 보면 한국에 망조가 들었어도 화장품 시장을 보니 아닌 듯했다. 찢어진 피부에 연고와 영양 보습제를 바른 셈이다. L씨는 “메이드 인 재팬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꾸면 3만달러(1인당 국민소득)고, 메이드 인 프랑스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꾸면 5만달러”라고 했다.

한국의 화장품 실력은 그동안 세계 4위였다고 한다. 1등이 프랑스, 2등이 미국, 3등이 독일이었다. 몇 년 전에 한국이 독일을 추월하고 3등이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을 추월하고 글로벌 2등이 되었다. 이제 남은 상대는 프랑스뿐이다.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를 추월하는 그때가 5만달러가 되는 시대라고 L씨는 확신하고 있었다. 화장품적인 시각에서 그렇다. 덴마크 왕실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엊그제 영국 총리도 한국 화장품을 사 갔다. 자기 딸이 한국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미(美)와 피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백인 여성의 백색 피부가 기준이었다. 이제는 한국 여인의 피부로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 여인의 피부가 어떻길래? 투명하면서 맑고 윤기가 난다. 이 ‘투·맑·윤’이 전 세계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피부의 기준치가 되었다. 그 방법론으로 한국 여인들의 화장 방식과 화장품을 따라서 바른다. 예를 들면 ‘마스크팩’이다. 얼굴에다 마스크 같은 것을 쓰고 피부를 곱게 만드는 화장 방식은 한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쿠션 파운데이션’도 그렇다. 파운데이션 케이크 안에다가 스펀지를 집어넣은 방식의 화장품 발명은 한국에서 처음 이루어졌다. 한국인이 그만큼 머리도 좋고 스피드도 있고 유연성도 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잘못하면 부실 공사의 원인도 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스피드로 정착되었다. 다른 데보다 한발 빨리 나와야 생존하는 시대에는 빨리빨리가 장점이다. 유연성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이 상대방에게 잘 맞춰주는 습성이 있다. 이게 유연성이다. 강대국에서 끼어 살다 보니까 상대에게 맞춰야 산다는 습관이 생겼다. L씨는 현재 세계에서 다양한 명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4대 국가라고 본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최근의 한국 아파트 수준은 세계적인 명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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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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