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사회부 차장 |
방식은 이랬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정보통신 기업은 법적 의무에 따라 성 착취물 자료를 아동실종·착취센터(NCMEC)에 신고했다. FBI는 거기서 구매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와 결제 기록을 추적했다. 영상 만든 쪽뿐 아니라 내려받아 본 사람까지 정면으로 겨눴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도 NCMEC 같은 실시간 단서 수집망을 갖추고 있다. 각 나라 기관이 정보를 서로 나눈다. 이렇게 해마다 수천만 건의 자료를 추적하고, 이를 수요자 단속으로 연결한다.
우리의 현실은 ‘맨눈으로 바늘 찾기’다. 아동 성 착취물이나 불법 촬영물, 딥페이크 음란물 등 성 착취물 판매자가 잡히면 그에게서 영상을 산 몇몇이 덩달아 걸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쩌다 걸려든’ 이들이 주로 처벌된다. 미국처럼 광범위한 수요자를 정조준한 수사는 드물다. NCMEC 같은 체계를 갖추지 못해서다. 그렇게 방치된 영상은 또 퍼져나가 피해자를 끝없는 두려움 속에 가둔다.
불법 촬영물의 경우 잡힌 이들마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3374건을 내려받은 피고인도 고작 벌금 700만 원만 냈다. 법에는 단 1개만 사거나 갖고 있어도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법정에서는 딴 세상 얘기다. 신상 공개까지 이어진 사례도 찾기 힘들다.
수요는 내버려둔 채 공급만 막으려다 보니 유통망은 이름만 바꿔 되살아난다. 텔레그램을 틀어막자 금세 작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간 ‘n번방 망명’이 대표적이다. 서버는 외국에 있고 운영자 신원도 알 수 없어 접속 차단이나 압수수색은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NCMEC 같은 ‘K-사이버팁라인’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네이버·카카오·KT 같은 업체에서 의심 자료를 실시간으로 넘겨받아 모으는 것이다. 이런 체계를 갖춰야 NCMEC 같은 국제공조망에도 자연스레 합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구매자를 한꺼번에 잡는 대규모 위장 수사도 고려할 때가 됐다. FBI는 성 착취물을 퍼뜨리던 서버를 압수하면 잠시 운영자로 위장해 접속자를 역추적해 구매자를 잡아들이고 있다. 2012년부터 이렇게 잡아들인 구매자만 1000명이 넘는다. ‘보기만 해도 범죄’라는 경고를 뇌리에 박아 넣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공급만 잡는 건 잡초의 뿌리는 두고 잎만 잘라내는 꼴이다. 새로운 망명지가 끊임없이 생길 뿐, 피해자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이제는 화살을 사는 사람에게 겨냥해야 한다. 성 착취물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범죄다. ‘나도 한 번 내려받아 볼까’라는 유혹 앞에서 누구나 “걸리면 끝장이다”라는 공포를 느끼게 해야 한다.
조건희 사회부 차장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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