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 요원들이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이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 공사 현장 단속은 국토안보국 창설 이래 최대 작전으로 수개월에 걸쳐 준비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단속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티븐 슈랭크 국토안보수사국 조지아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지난 5일(현지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개월에 걸친 형사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관련 문서를 모아 그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전은 국토안보국 창설 이래 단일 장소에서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작전이었다고 국토안보국은 밝혔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관련 자료를 압수하려는 ‘대상 범죄’ 혐의로 “외국인 불법 채용”, “외국인 은닉, 은신처 제공, 보호”와 “공모”를 적시했다. 체포한 한국인 직원은 300명에 이르지만, 정작 영장에는 히스패닉 계열 미등록 이주민으로 보이는 4명만 체포 대상으로 명시해놨다. 이민당국이 정보 확보가 가능한 이 4명을 가지고 일단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에서 추가로 한국인 직원들을 대거 체포하는 작전을 짰을 수 있단 것이다. 또한 지난 6개월간 생산된 다양한 직원 관련 자료부터 해당 업체의 소유와 경영 관련 문서, 하청업체 자료까지 광범위한 자료들을 압수 대상물 목록에 올렸다.
이번 단속 작전의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마가’ 지역 정치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리 브래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일 단속 직후에 “내가 몇달 전 이 현장을 이민세관단속국에 직접 신고했고 한 요원과 통화도 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우리는 조지아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 기업이 비용을 아끼겠다고 불법 노동을 착취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밝혔다. 브래넘은 오는 11월 선거가 열리는 조지아주 12선거구에 공화당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브래넘은 6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 3200만달러(약 440억원)의 세제 혜택을 줬지만, 한국 기업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조지아 주민을 (거의)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 공장은 조지아주 경제에 기여하지 않는다”며 “난 불법 이민을 끝내기 위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단속이 벌어진 배경에는 미국 국내 정치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지아주는 원래 공화당이 강세인 주였으나 최근에는 주요 경합주가 됐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겼다. 그리고 지난해 대선 때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한겨레에 “조지아를 친 건 미국 국내적인 이유가 있다. 조지아는 너무 중요한 경합주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지아주는 원래 공화당 텃밭이며 하원 14명 중 9명이 공화당 소속이다. 그런데 상원의원 2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2020년에 넘어갔다”며 “(공화당은) 그걸 (내년 11월) 중간선거 때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해 이민자 추방에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해당 게시글은 7일 기준 확인되지 않는다. 토리 브래넘의 페이스북 갈무리 |
김지훈 기자, 포크스턴·엘러벨(미국 조지아주)/김원철 특파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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