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손편지를 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을 톡톡 치는 데 익숙해진 손으로 펜을 쥐고 꾹꾹 눌러쓰기란 쉽지 않다. 받는 이가 잘 읽을 수 있게 또박또박 써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편지, 다행히 개발새발은 아닌 듯 봐줄 만하다.
개발새발, ‘개의 발과 새의 발로 쓴 듯 글씨를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뜻한다. 예전에는 개발새발을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 즉 ‘괴발개발’로 고쳤다. 표준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쓰니 표준어가 됐다.
이런 단어들이 제법 있다. 복수표준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게 자장면과 짜장면일 것이다. ‘자장면’만 표준어이던 오래전, 자장면은 맛없게 느껴진다던 이는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날 왠지 기뻤다. 마을과 마실도 있다. 쉬는 날 마실 갔다 왔다고 얘기할 때마다 비표준어를 자주 쓴다는 찝찝함이 있었다. 그 마실도 표준어가 됐다. 이제는 외려 짜장면, 마실, 개발새발을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그만큼 입에 착 붙는다는 것이겠지만 괴발개발은 좀 아쉽다. 고양이 발도 귀여운데…
개발새발, ‘개의 발과 새의 발로 쓴 듯 글씨를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뜻한다. 예전에는 개발새발을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 즉 ‘괴발개발’로 고쳤다. 표준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쓰니 표준어가 됐다.
이런 단어들이 제법 있다. 복수표준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게 자장면과 짜장면일 것이다. ‘자장면’만 표준어이던 오래전, 자장면은 맛없게 느껴진다던 이는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날 왠지 기뻤다. 마을과 마실도 있다. 쉬는 날 마실 갔다 왔다고 얘기할 때마다 비표준어를 자주 쓴다는 찝찝함이 있었다. 그 마실도 표준어가 됐다. 이제는 외려 짜장면, 마실, 개발새발을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그만큼 입에 착 붙는다는 것이겠지만 괴발개발은 좀 아쉽다. 고양이 발도 귀여운데…
표준어에서 변형되어 고쳐야 할 단어도 오랫동안 많이 사용되면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가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흔히 어리숙해 보이거나 야무지지 못한 사람에게 ‘어리바리’라고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의 어리바리는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어리보기’가 있다. 야무지지 못한 ‘어리바리’는 이 사전 속 ‘어리보기’에 가깝지만, 어리석지도 않고 낮잡을 것도 아니니 ‘어리보기’라 고치기 애매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전은 ‘어리바리’에 뜻을 추가했다.
‘어리바리’가 ‘어리숙하다’란 의미로 꾸준히 쓰이면 ‘표준어 어리바리’에도 그 뜻이 더해질까. 말은 사용자에 맞춰 끊임없이 변해갈 것이기에, 말의 ‘표준’이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 사이를 이번 가을맞이 편지는 어떻게 채울까 사소한 고민이 비집고 들어온다. ‘손편지’ ‘손글씨’도 표준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이지순 교열부장 js011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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