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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헌법상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건 위헌”

조선일보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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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헌법상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건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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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검찰청, 개헌 없이 명칭·권한 변경 안 돼”
“특검·공수처는 왜 수사·기소 분리 안하나”
“민주당 의원들, 당론에 끼워맞추는 모습”
정부가 7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다.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고, 부패·선거·경제 등 주요 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전담한다. 지금까지 일부 범죄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해왔던 검찰은 모든 수사권을 잃게 된다. 검사들은 공소청으로 자리를 옮기고, 검찰총장은 공소청장으로 보임될 예정이다. 현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검찰청’은 삭제되고 ‘공소청’이 새로 포함된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차진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차진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법조계에선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본지 인터뷰에서 “헌법이 예정한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의 검찰 개혁 공청회에 참석했던 헌법학자 중 한명이다.

-검찰 개혁 공청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공청회 하루 전쯤 급하게 섭외 요청을 받았다. 밤잠도 못 자고 준비하면서도 ‘이미 답이 정해진 요식행위일 텐데 소용이 있을까’ 하는 절망감이 들었다. 그래도 국민이 검찰 개혁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헌법학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결과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검찰 폐지를 위한 형식적인 공청회였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들이 공부가 부족해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렇게 하라’고 정한 당론에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 당론 결정 과정에 합리적인 토론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모순되는 점조차 모른 채 질문했다. 한 여권 의원은 ‘검찰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은 필요 없다’는 말도 했다. 공직자로서 기본이 안 된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국가도 괜찮다는 건데, 그런 말을 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검찰청 폐지는 그 자체로 위헌이다. 검찰청은 ‘헌법상 기관’이다. 우리 헌법에 ‘검찰총장’이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기관은 명칭을 변경하거나 그 실질을 바꿔서는 안 된다. 헌법상 기관을 하위 법률이 변경하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다.”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도 위헌인가.

“말했듯이 검찰청은 헌법에 명시된 기관이다. 명칭도, 권한도 바꿀 수도 없다. 헌법뿐 아니라 하위 법률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이 전혀 위헌 소지가 없다면, ‘공소청은 헌법상 검찰청을 뜻한다’는 식의 추가 규정을 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 스스로도 위헌성을 의식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규정을 개정안에 넣은 것 아니겠나.”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꼭 필요한 것인가.

“수사·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면 제일 먼저 문제돼야 할 곳이 공수처와 내란·김건희·해병을 수사하는 3대 특검이다. 수사·기소권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 입맛대로 일해주니 수사·기소 분리 이야기가 안 나온다. 오히려 특검의 권한은 법 개정으로 국회가 확대해줬다. 정권에 방해가 되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 개혁을 동원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제가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자기 모순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까지 폐지돼야 하나.

“보완 수사권 문제는 부차적이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논리 안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없앤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이미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면서 부정부패도 적지 않고 복잡한 사건은 수사조차 멈췄다. 경찰이 수사가 미진한 사건을 억지로 검찰에 송치했을 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해도 강제력이 없으니 경찰이 무시하는 식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당은 줄곧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검찰 사건의 98%는 문제가 없지만, 정권의 비리를 무마하거나 정적 제거를 위해 먼지 털이식 수사를 하는 2% 소수의 정치 검사가 문제다. 이른바 ‘정치 검사’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검찰 개혁은 정반대로 간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을 안 듣는 검찰의 수사권을 대부분 경찰에 넘겼다. 이번에는 남아있는 검찰 수사권까지도 전부 행안부로 넘기려고 한다. 정치적으로 말을 듣지 않으면 벌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 검찰을 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이다. 정치 보복성 제도는 시대 역행이다.”

-이번 검찰 개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개혁은 제도의 문제를 밝혀내고 이를 고쳐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할지 제시하지 못한다. ‘검찰에 탄압받았다’는 감정 호소 뿐이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고 수사 효율성이 높아지지도 않고, 범죄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의적 수사는 늘고 효율은 떨어질 것이다. 서민들이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결과가 뻔하다. 이런 개혁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집권 연장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예상대로 공청회는 답이 정해져 있었나. 공청회 참여 소감은.

“국가 형사 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검찰 개혁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라면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보완책까지 논의해야 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오히려 전문가들의 말을 막는 분위기였다. 소리를 지르고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강요했다. 질문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자기 연설에 쓰고는 답변하려고 하면 ‘시간 없다, 답하지 마라’고 했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태도는 결국 국민 설득에도 실패하게 되는 법이다. 윽박지르는 공청회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고려대 제공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고려대 제공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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