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약 300명을 체포했다는 뉴스가 7일 서울역 역사에 나오고 있다. 정효진 기자 |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한국기업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한국인 300여명을 체포·구금한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7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구금 장기화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한·미관계에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법 집행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국민의 권익과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 침해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비자·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모순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도 대미 투자 시 비자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피구금 국민의 신속한 석방, 해당 프로젝트의 안정적 이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모든 대책을 실천력 있게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내고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외교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하며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했다. HIS는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HSI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직원들의 소속 회사는 LG엔솔과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등으로 다양했다고 미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단기상용 비자인 B1(비즈니스 출장·회의 참석)이나 전자여행허가제(ESTA) 자격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의 신고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고자로 알려진 공화당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연합뉴스에 “세제 혜택을 줬지만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 주민을 거의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에 “내 생각에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 등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자국 내 제조업 부활과 비자·이민 단속 강화라는 상반된 트럼프 정책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속 대상이 한국 대기업의 투자처라는 점과 한국인이 대거 구금된 데 대해서는 한·미 경제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외교당국 교섭을 통해 구금 장기화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미국 내 제조업 강화와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핵심 정책 목표 사이의 잠재적인 긴장이 불거진 것”이라며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의 일환인 이번 작전은 한국에 외교적 경고음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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