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직후 한국인 300여명 구금…전문가들 "오해 풀고있단 시그널 시급"

[the300]

(서울=뉴스1)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불안감이 고조된다. 미국 이민 당국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300여명 등을 체포·구금하면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정상회담 불과 10일 후 관행으로 여겨졌던 한국인 '무비자 고용'에 대해 사실상 불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재계 등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하며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 300여명이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한 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10일만에 이뤄졌다.

이번 체포·구금 조치의 대상자들은 불법체류가 아닌 대미 투자 사업을 위해 현지 파견된 인력들로 전해졌다. 미국 현지 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려면 'H-1B'(전문직 취업비자) 등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인력은 절차상 문제로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현지 취업이 불가한 B-1 비자 등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행정부 때는 양국의 이익을 고려해 '무비자 고용' 관행이 묵인됐으나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미 당국이) 오래 추적했고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윤창용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장 역시 "(미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자신들의 일거리를 찾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대미 투자를 앞둔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진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30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달러(약 486조원)+α'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에 1500억달러(약 20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마코 루비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부 장관 등이 각각 관세와 대미 투자, 안보 등을 담당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패키지 딜'(묶음 거래)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동맹국이자 투자하기로 한 나라에 대한 예우냐는 국민들 목소리가 나온다"며 "(한국이 미국에) 하기로 한 투자를 안 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기업들도 (미국에) 사람을 보내는 데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나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되고 있고 잠깐의 오해가 있었으나 오해를 풀고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줘야 한다"고 했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관세 15%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과 관세 협상과 별개로, (이번 조치는) 관행에 따른 문제로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외교 문제로 불거지면 관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05. photocdj@newsis.com /사진=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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