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유리’ 등 해변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소품들이 지난 6일 강원 동해시 공방 ‘두두달’에 진열되어 있다. 김태욱 기자 |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300m 남짓 떨어진 ‘동쪽바다 중앙시장’에는 특별한 공방이 있다. 상가건물 한쪽에 자리한 서너 평 남짓의 이곳을 공방지기 김지언씨(39)는 “100% 새것은 없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바다 유리’ 같은 해변 쓰레기가 보석 같은 소품으로 재탄생하는 업사이클(재활용) 공방 ‘두두달’이다. 이곳 ‘공방지기’ 김씨를 지난 6일 만났다.
두두달은 바닷가에 버려진 유리병 등이 깨지고 풍화된 ‘바다 유리’ 등을 자석·모빌 등 다양한 소품으로 탈바꿈시킨다. 김씨가 일주일에 한 번 바다에 나가 ‘비치코밍’(Beach+Combing, 빗질처럼 해변 쓰레기를 긁어모으는 일)으로 재료를 구한다.
김씨는 14년 전 남편이 동해로 발령을 받으면서 처음 이곳에 왔다. 내륙 출신인 김씨에게 “동해에 사는 건 크나큰 혜택”이었다. 바다는 책을 읽고 맨발 걷기를 하는 휴식처이자, 낯선 타지 생활로 지칠 때 의지할 곳이 돼 줬다. 그랬던 바다는 동해가 관광지로 알려지며 점점 더럽혀졌다. 김씨는 “매년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카페 등 상업지구가 들어서자 플라스틱이나 담배꽁초·폭죽도 늘고 코로나 이후엔 마스크·물티슈도 늘었다”고 했다.
공방 ‘두두달’ 공방지기 김지언씨(39)가 동해 해변에서 촬영한 쓰레기 사진들이 지난 6일 강원 동해시 공방 ‘두두달’ 매장 유리 벽에 붙어있다. 김태욱 기자 |
김씨는 직접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늘어나는 쓰레기를 보며 마음이 너무 힘들어 “처음엔 사람들이 미운 마음”도 생겼지만 그런 생각으론 미워하는 마음만 자라 자신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좋아하던 원래의 바다를 지키고, 오래오래 다시 오고 싶은 맘”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미움 대신 ‘실천’을 택한 김씨는 그 뜻을 전하려 2년 전 공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조개와 바다 유리를 가져다 진열한 수준이라 “쓰레기를 가져다 놓고 무슨 돈을 받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씨는 “무언가 새로운 걸 판매하는 것보단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든 내게 다시 돌아온다’란 말을 전하고 싶어” 가게를 유지했고 이제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특색있는 공간이 됐다.
김씨는 지금도 쓰레기를 줍는다. 망상·고불개 등 가까운 해변뿐 아니라 삼척·강릉 등으로도 나간다. 남편·아이들과 주로 줍고 종종 이웃 상인들도 김씨를 돕는다. 그래도 쓰레기는 여전히 계속 쌓인다. 김씨는 “나가보면 바다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줍다 보면 화도 나 계속 줍다가 가게를 못 나올 정도”라며 “일부로 봉투를 한두 개만 들고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공방이 ‘물건의 가치’를 다시 고민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김씨는 “잘 포장된 새것, 예쁜 것이 명품 취급을 받지만 사실 세상에 나온 모든 물건 중에 새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품들은) 바다에서 끌어온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물건들”이라며 “그 가치가 잘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 유리’ 등 해변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소품들이 지난 6일 강원 동해시 공방 ‘두두달’에 진열되어 있다. 김태욱 기자 |
‘바다 유리’를 소개하는 글이 지난 6일 강원도 동해시 업사이클링 공방 ‘두두달’에 게시돼 있다. 김태욱 기자 |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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