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인 300명 체포] 영주권자·합법 체류자 기습 체포
현지 시각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이 들이닥쳐 작업을 중지시키고 불법이민자 단속을 하고 있다./페이스북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시민권 없이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비자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 장기 체류 중인 한인들 중엔 다시 못 들어올 것을 염려해 출국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미국의 국경 쇄국정책으로 종언을 맞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임기 첫해에 불법 이민자 100만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단속·체포조를 꾸려 미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영주권을 갖고 수십 년 동안 미국에 거주 중이거나 각종 비자를 합법적으로 소지한 경우도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미 영주권자 김태흥(40)씨가 가족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민 당국에 구금당했다. 35년 이상 미국에 살고 있는 김씨의 구금 사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7월 31일에는 비자 연장 신청을 위해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했던 20대 한인 여대생이 ICE 요원들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구금 4일 만에 석방됐지만, 한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김갑송 국장은 “비슷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합법적 신분에 있는 한인 동포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휴가 때 한국을 찾던 한인들도 한국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미국 비자를 발급받아 거주 중인 사람들도 위축돼 있다. 주재원 비자인 ‘L-1’이나 ‘E-2’ 비자부터 ‘F-1’, ‘J-1’ 등 교육 관련 비자를 받은 한국인들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한 비자 소지자는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캐나다 여행을 계획했지만 취소했다”고 했다.
미국 여행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쿠바를 여행한 이력이 있는 한 유튜버는 미국에 관광비자(B1·B2)를 신청한 뒤 거부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유학생 학부모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를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로 유학생들은 졸업 후 그대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영주권 취득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다.
정작 트럼프 정부는 거액을 주고 영주권을 살 수 있게 하는 ‘영주권 장사’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기존의 투자이민(EB-5) 제도를 없애고 500만달러(약 69억원)에 미국 영주권을 살 수 있는 골드카드를 출시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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