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 10년간 활약했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CEO로 25년간 일한 다니엘 레비 회장(63)이 전격 사임했다.
레비는 토트넘이 지금과 같은 프리미어리그 굴지의 빅클럽 위치를 갖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5년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 역시 레비 회장의 결단 및 수완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웠을 일이다.
하지만 그의 경영 능력 이면엔 구단의 상업적 성공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축구와 관련한 성적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레비 회장은 직전 시즌인 2024-2025시즌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참혹한 성적을 거두자 팬들의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 '올인'하는 도박수가 성공하면서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이끌었으나 자신의 한계를 느낀 듯 사표를 던졌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25년간 재임한 레비 회장이 오늘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레비 회장은 구단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신의 결심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 및 모든 직원과 함께 이뤄온 업적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우린 이 구단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세계적인 강호로 성장시켰다. 나는 수년간 축구를 통해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날 응원한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항상 매끄러웠던 여정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레비는 토트넘에서 숱한 감독이 경질되는 와중에도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25년간 토트넘 경영을 총괄하는 등 철권을 구축했다.
2001년 39세 나이로 토트넘 CEO가 된 그는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에 수입이나 성적, 인기 등에서 밀려 있던 토트넘을 급성장시킨 경영자로 꼽힌다.
토트넘은 이제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해 프리미어리그 '빅6'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비의 25년 토트넘 CEO 생활 중 가장 큰 업적으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신축과 손흥민 영입 등을 들 수 있다.
토트넘은 기존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을 무너트리고 주변 토지까지 매입한 다음, 10억 파운드(1조8000억원) 들여 6만2000석 규모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지난 2019년 4월 완공했다. 영국 수도 런던의 여러 축구장 중에서도 가장 최신식으로, 토트넘 홈 경기는 물론 슈퍼스타 비욘세 콘서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토트넘의 상업적 업그레이드 기반이 됐다.
토트넘 스타디움은 오는 2028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런던의 두 개 구장 중 하나가 된다.
손흥민 영입도 레비의 결단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흥민은 2015-2016시즌 초반에 당시 소속팀이었던 독일 레버쿠젠의 로저 슈미트 감독이 중용하지 않아 이적을 추진했는데 레버쿠젠 구단은 손흥민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이 때 레비 회장이 "지금이 아니면 손흥민 이적이 힘들다"며 레버쿠젠을 압박한 것이 적중하면서 2015년 8월 말 토트넘과 계약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영입하면서 축구적으로는 물론이고 마케팅과 구단의 글로벌 위상 등에서도 엄청난 상승을 일궈냈다. 한국에 3차례 투어를 오는 등 아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럽 구단이 됐다.
다만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성적 업그레이드엔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토트넘이 지난 1월 레스터 시티에 안방에서 1-2로 졌을 때는 '우리의 경기는 영광에 관한 것이고, 레비의 경기는 탐욕에 관한 것이다', '24년, 16명의 감독, 1개의 트로피 - 변화의 시간' 등의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경기장 관중석에 펼쳐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레비 회장은 지난 6월 2023-2024시즌 재무제표를 공개하면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구단의 능력을 초과해 지출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말로 우승보다 토트넘의 경영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팬들과 대치했다.
결국 토트넘은 레비 재임 기간 중 단 하나의 리그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올 5월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 전부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더미러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