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시티라이프 언론사 이미지

[Musical] “‘노벨상 과학자’라는 이름을 넘어서다” 뮤지컬 ‘마리 퀴리’

시티라이프
원문보기

[Musical] “‘노벨상 과학자’라는 이름을 넘어서다” 뮤지컬 ‘마리 퀴리’

서울맑음 / -3.9 °
작품은 마리 퀴리라는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다루었지만, 그렇다고 ‘전기 뮤지컬’은 아니다. 오히려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고뇌, 선택 그리고 책임이라는 무게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작품은 한국 초연 이후 폴란드 실황 콘서트, 일본 라이센스 공연, 영국 웨스트엔드 라이브까지 진출한 수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마리 퀴리는 방사능 연구의 선구자이며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노벨물리학상, 금속 라듐을 분리하여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며, 성별 불문하고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폴란드 출생으로 프랑스인 물리학자 피에르 퀴리와 결혼해 이후 국적과 연구소 모두 프랑스였지만, 폴란드인의 정체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또 그녀의 장녀 이렌 졸리오 퀴리의 부부는 인공 방사능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차녀 에브는 피아니스트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에브의 남편 헨리 라부아스 주니어는 유니세프 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 집안에 노벨상 수상자만 5명이다. 그러나 마리 퀴리는 방사능 오염의 후유증으로 백혈병에 걸려 1934년 67세에 사망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 한국 공연 사진(라이브(주)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한국 공연 사진(라이브(주) 제공)


죽음을 앞둔 마리는 딸 이렌에게 세상에 남길 마지막 종이를 건넨다. 이렌은 대체 무엇이 그토록 마리의 삶을 짓눌렀는지 알고 싶어 한다.

1891년, 소르본 대학 입학을 위해 프랑스로 향하던 마리는 기차에서 안느를 만난다. 약소국 폴란드 출신 이방인이자 여성으로서 서로의 삶에 깊이 공감한 두 사람은 함께 고단한 파리 생활을 견뎌 나간다. 1898년, 원소 라듐을 발견한 마리는 남편 피에르와 함께 노벨상을 받는다.

안느 역시 마리의 소개로 라듐 시계공장에 취직한다. 마리는 라듐의 의학적 활용 가능성에 주목, 라듐 요법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불치병 환자를 살리기 위해 힘을 쏟는다. 한편 라듐 시계공장에서는 직공들의 원인 모를 죽음이 계속된다. 안느는 회사가 라듐을 유해성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높은 탑 위로 올라간다.

뮤지컬 ‘마리 퀴리’ 한국 공연 사진(라이브(주)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한국 공연 사진(라이브(주) 제공)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녀의 삶에는 시대를 넘어서는 윤리적 질문이 깃들어 있다. 라듐이라는 원소의 발견은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그 희망은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어 버렸다. 그 진실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용기,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가치이다.


눈부신 업적 뒤에 숨겨진 고통 그리고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 나서는 극중 마리 퀴리의 여정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라듐 걸스’라 불리는 공장 직공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여성 간의 연대와 희생, 싸움의 가치가 담백하게 그려진다.

과학이라는 분야와 여성이라는 존재, 이 두 축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야기는 다양성과 깊이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귀한 경험이다.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과 마주하며 고뇌하고 결단하는 마리 퀴리의 모습은 관객에게 뜨거운 전율로 다가온다.

이번 시즌은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함께 해 온 오리지널 마리 퀴리 김소향과, 자타공인 뮤지컬 여제 옥주현,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독보적 디바 박혜나, 폭발적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를 모두 갖춘 김려원의 4인4색 마리 퀴리를 만난다.


Info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기간: ~2025년 10월 19일

시간: 화, 목, 금요일 7시 30분 / 수요일 3시, 7시 30분 / 토요일 2시, 6시 30분 / 일요일 3시

출연: 마리 퀴리 – 김소향, 옥주현, 박혜나, 김려원 / 안느 코발스카 – 강혜인, 이봄소리, 전민지 / 피에르 퀴리 – 테이, 차윤해 / 루벤 뒤퐁 – 박시원, 강태을 등



[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쇼온컴퍼니, 라이브(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6호(25.09.0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