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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우원식 의장과 악수한 남성… 미얀마 대학살·쿠데타의 책임자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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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우원식 의장과 악수한 남성… 미얀마 대학살·쿠데타의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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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행직 민 아웅 흘라잉
우 의장 “먼저 악수 청하더라”
/BBC 미얀마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대통령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BBC 미얀마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대통령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 때 천안문 망루에 앉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왼쪽 인사와 악수하는 장면이 외신에 포착됐다.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인 민 아웅 흘라잉(69) 군부 최고 사령관이었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와 시민 저항 유혈 진압,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으로 ‘독재자’ ‘학살자’라는 국제적 지탄을 받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내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국회의장의 악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 아웅 흘라잉

민 아웅 흘라잉

민 아웅 흘라잉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무력을 앞세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통성 있는 민주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의 중심이었던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체포했다. 대대적인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자 민 아웅 흘라잉은 유혈 진압을 지시했다. 군부는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사용했다. 민주화 세력이 무장 저항하면서 미얀마는 내전의 수렁에 빠졌다.

최소 7000명이 군부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고 150만명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잇따라 군부를 상대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민 아웅 흘라잉은 지난해 대통령 권한대행직까지 넘겨받았다.

민 아웅 흘라잉은 로힝야족 탄압도 주도했다. 불교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오랫동안 멸시와 박해를 받았다. 특히 2017년 미얀마군이 라카인주에서 벌인 대대적 로힝야 소탕 작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75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의 무차별 학살과 성폭력 등 범죄가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작전을 지휘한 책임자가 민 아웅 흘라잉이었다. 지난해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은 로힝야 사태의 책임을 물어 민 아웅 흘라잉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1977년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뉴욕타임스는 “재학 시절 급우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이름났다”고 했다. 다만 임관 후에는 겸손한 처세로 신망을 얻어 진급했다고 한다. 2009년 특수작전 사령관으로 소수민족 축출 작전을 완수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1년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됐다.

우원식 의장은 이 같은 논란에 4일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에는 우리 국민이 1500명 있고, (민 아웅 흘라잉에게)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다자 외교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는데 안 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미얀마 민주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그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다. 그는 2021년 광주민주화 운동 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정신을 본받아 미얀마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미얀마 대표의 추모사를 들었다. 민 아웅 흘라잉의 군부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현지인들이 나누던 인사인 ‘세 손가락 경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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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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