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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체하는 현대 미술계 꼬집어 보기[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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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체하는 현대 미술계 꼬집어 보기[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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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비앙카 보스커 지음 | 오윤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480쪽 | 2만3000원

강박적으로 흰 벽, 드문드문 걸린 그림.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왜…?’라는 질문만 머릿속에 맴돌 때가 혹시 있었나. 그렇다면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첫 장부터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술 애호가·작가들이 말하는 ‘인간의 영혼을 강타하는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다. 왜 요즘 예술은 대중을 따돌리는가. 더 솔직하게는 ‘왜 나를 따돌리는가’라는 의문에 탐구심이 타오른 그는 미술계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미술계에 뛰어들기로 한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내부 모습.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내부 모습.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나 저널리스트인데, 너희가 궁금하다!’ 식으로 호기롭게 메일을 돌린 저자에게 ‘안목’ 있는 내부자들은 냉담하다. 처음 그에게 조수 자리를 내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뜨고 있는’ 갤러리스트는 사사건건 “나를 창피하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덜 웃고, 캐묻지 말고, 절박한 티를 내지 않을수록 존중받는 세계. 그리고 돈을 직접 얘기하는 것은 ‘격 떨어지는 일’이라고 위선을 떨면서도 행사에 ‘더 중요한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바삐 눈을 굴리는 세계에 저자는 속해보려 노력한다.

갤러리 말단 직원부터 예술가 작업실 조수를 거쳐 구겐하임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기까지. 수년간의 모험담은 놀라울 정도로 웃기다. 미술계 인사들의 젠체하는 화법을 저자는 따옴표로 강조해가며 재미있어 한다. 매 붓질을 고민하는 작가들, 작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처럼 진심인 사람들도 있다. 그 모두를 몸으로 겪어낸 저자는 ‘이게 진짜니, 저건 가짜니’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작품을 보는 자신만의 눈을 길러낸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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