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남아에도 HPV 백신 무료 접종 지원…다만 남녀에 4가 HPV 백신만 접종 지원
OECD 30개국은 이미 9가 HPV 백신 지원, 대만도 이달부터 남아에 9가 HPV 백신 무료 접종
전문가들 "효과 뛰어난 9가 HPV 백신 접종 지원으로 바꿔야"
OECD 회원국의 HPV 백신별,성별 시행 현황/그래픽=윤선정 |
정부가 내년부터 남아에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은 물론 대만에 비해서도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자궁경부암, 구인두암 등 예방에 더 효과가 있는 9가 HPV 백신을 국가가 지원하는데, 국내는 여전히 4가 HPV 백신을 지원해서다.
대만과 비교해서도 한국이 뒤처진다. 대만은 이달부터 기존 여아에 더해 남아에도 9가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도 암 예방 등을 위해 양질의 9가 HPV 백신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12세 남아를 대상으로 HPV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이 실시된다. 기존에는 자궁경부암, 구인두암 등 예방을 위해 12~26세 여성만 국가가 4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했는데 그 대상이 남아로 확대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HPV 예방접종 예산을 올해 210억원에서 내년 303억원으로 늘렸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 불임 등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의 90%와 항문생식기암·구인두암의 70%가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간 국내에선 남성에서도 구인두암 등 발생이 늘고 있어 남아에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았다. 세계적으로도 남녀 모두에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점 등을 감안해 정부가 내년부터 남아에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방효과가 더 뛰어난 9가 HPV 백신이 아닌 4가 HPV 백신 지원에 머무른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많이 감염되는 HPV 유형은 9가 HPV 백신으로만 예방이 가능한데 4가 HPV 백신만 무료로 지원해 사회적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9가 HPV 백신은 9가지 바이러스를, 4가 HPV 백신은 4가지 바이러스만 각각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9가 HPV 백신은 HPV 관련 암을 최대 96.7%까지 예방해 4가 HPV 백신 대비 20% 이상의 추가 예방효과가 있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성매개감염예방 보건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본지에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감염되는 HPV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52번은 9가 HPV 백신에서만 예방할 수 있고, 남성 생식기 사마귀도 9가 HPV 백신을 맞아야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4가 HPV 백신을 맞추는 나라가 거의 없고 일본도 여성들은 9가 HPV 백신을 맞춘다. 한국도 4가 HPV 백신이 아닌 9가 HPV 백신을 국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달 기준 OECD 가입국 38개국 중 30개국은 이미 9가 HPV 백신으로 국가가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대만도 HPV 백신 국가 지원 측면에서 한국보다 앞서나간다. 대만은 이달부터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대상으로 9가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중생에는 2018년부터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 중이다.
질병청이 지난해 1월 공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에서도 9가 HPV 백신 접종 도입의 우선순위가 4가 HPV 백신보다 더 높았다. 3순위가 12세 여아 대상 HPV 9가 백신, 6순위가 12세 남·여아 HPV 9가 백신, 14순위가 12세 남아 HPV 4가 백신이었다.
이와 관련 질병청 관계자는 "정부 재정이 녹록지가 않아 HPV 백신 접종 지원을 일시에 전폭적으로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차후에 상황을 보면서 조정하거나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