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안산 사업자, 특조금 로비 정황…구속 5명 포함 11명 검찰로
일부는 지인 계좌로 자금세탁 시도…수사 확대로 추가 입건 가능성도
일부는 지인 계좌로 자금세탁 시도…수사 확대로 추가 입건 가능성도
(안산=연합뉴스) 김솔 기자 = 지자체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현직 경기도의원들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민간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많게는 2억원 넘는 뇌물을 챙긴 사례도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공직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선순위 배정 도와달라" 청탁에 지방의원들 줄줄이 연루
민간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많게는 2억원 넘는 뇌물을 챙긴 사례도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공직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전경 |
◇ "선순위 배정 도와달라" 청탁에 지방의원들 줄줄이 연루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경기도의원 3명과 이들의 자금 세탁책 2명 등 모두 합쳐 5명을 구속 송치했다.
구속 송치된 도의원은 박세원(화성3), 이기환(안산6), 정승현(안산4) 씨이다.
경찰은 뇌물수수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최만식(성남2) 경기도의원과 김홍성 전 화성시의회 의장 및 자금 세탁책 등 총 6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구속 송치된 도의원 3명과 김 전 의장 등 4명은 ITS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에서 2억8천여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여러 지역에서 ITS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들에게 "경기도에 관련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선순위로 배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특조금은 시군의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지사가 재량으로 시군에 지원하는 재원이다.
김씨의 청탁에 따라 도의원 3명 등은 2023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ITS 구축 사업 관련 특조금이 지역구에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특조금이 배정된 뒤에는 김씨 업체가 이 사업에 선정될 수 있게끔 시청 또는 사업 관계자들에게 해당 업체를 소개하거나 추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자신의 업체가 사업에 선정된 뒤엔 해당 도의원들과 김 전 의장의 지인인 자금 세탁책들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뇌물을 전했다.
자금 세탁책들은 운영 중인 기업체 명의 등의 계좌를 통해 서로 거래하고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며 범죄수익 은닉을 시도했다.
최 의원 또한 최근 김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십만원 상당의 향응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넘겨진 도의원들은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회 광교청사 |
◇ 공무원 로비 의혹 발단…4개월 만에 도의원 줄구속
이번 사건의 발단은 안산시 소속 6급 공무원의 수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김씨가 ITS 구축 사업 과정에서 편의를 받는 대가로 공무원이 뇌물을 챙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도의원 등에게도 뇌물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자, 안산상록경찰서는 14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관들은 일대일로 피의자를 맡아 관련된 진술을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도의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40여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사업자 김씨와 안산시 공무원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 달 27일에는 도의원 3명과 자금 세탁책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최초 수사 착수 약 4개월 만에, 현직 도의원들이 동시에 구속되는 이례적인 양상으로 사건이 확대된 것이다.
현직 경기도의원이 구속된 것은 2015년 6월 한 도의원이 도시개발사업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법정 구속된 지 약 10년 만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차명 계좌에 입금돼 있던 박 의원의 범죄수익 1억4천만원가량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은 상태이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 청탁 공직자 더 있나…수사망 확대
경찰은 김씨로부터 뇌물 또는 향응을 받은 공직자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특히 앞서 입건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현직 경기도의원 등의 혐의에 관해 확인하고 있는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김씨의 범행과 관련해 추가 입건된 인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입건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등의 여죄에 대해서도 면밀히 수사하고 있다"며 "자세한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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