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가 열린 중국 톈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쿠데타 이후 4년여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온 미얀마 군정이 ‘반 서방 연대’를 강화하는 중국을 등에 업고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며 외교적 입지를 다졌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 초청된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별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전날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군정이 국내에서는 저항 세력에 잔혹한 공세를 펼쳐오다가 베이징 품 안에서 명성을 얻고 정치적 숨통을 틔워줄 무대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미얀마와 가장 먼저 손을 잡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3년 미얀마 군정에 SCO ‘대화 파트너’ 지위를 준 데 이어 올해 SCO 정상회의에선 미얀마의 정회원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외교부는 올해 SCO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지칭했다. 이전에 사용한 ‘미얀마 지도자’보다 더 격식 있는 호칭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만나 오는 12월28일 군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얀마 총선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미얀마에선 통치 정당성이 없는 군부 주최 선거 결과를 인정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당시 “미얀마와 함께 국경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겠다”며 미얀마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반군도 겨냥했다. 중국은 무기 밀수나 온라인 사기 등 반군의 주요 수익원을 국경에서 단속하는 방식으로 반군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미얀마 군부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러시아 등에 중국이 미얀마 군부 통치를 공식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고 이라와디는 분석했다. 인도 외무부는 “모든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정하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선거가 실시되길 바란다”며 총선을 공식 인정했다.
최근 상호관세 50%를 부과받으며 미국과 갈등을 겪은 인도 역시 미얀마 군정과 밀착하고 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회담을 마친 모디 총리는 지난달 31일 “미얀마는 인도의 동방정책과 이웃 우선 정책의 중요한 기둥”이라며 “우리는 무역, 에너지, 희토류 채굴, 안보 등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희토류 생산국인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에 광물 자원 외교를 펼치는 한편, 반서방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일 SCO 정상회의에서 “몇몇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민주주의 모델을 다른 국가에 강요하고 있다”며 “미얀마의 내부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군부에 제재를 가한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군부 제재와 다국적 기업 철수 등을 겪으며 미얀마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얀마 군정은 SCO를 전후로 자국 기업인들과 중국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국 측에 투자를 요청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군부의 SCO 가입을 지지하는 것은 군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테러 활동을 더욱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중국에 미얀마 군정을 위한 정치·군사 지원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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