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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의 시스템반도체 부품만 사용하도록 요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브로드컴이 제재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시행한다. 또 13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및 해당 분야의 국내 중소사업장을 지원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해 관계인 등과 의견 수렴을 거쳐 그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유료방송 셋톱박스용 시스템반도체 부품(이하 SoC) 제조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유료방송사업자의 입찰 등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의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하거나 기존에 경쟁사업자의 SoC를 탑재하기로 정한 사업에서도 브로드컴의 SoC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브로드컴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조사 과정에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거래질서를 개선하고 해당 업계의 중소사업자와의 상생협력을 위해 시정방안 및 상생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고 이후 이해관계인 및 관계부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번에 최종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
최종안에는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에 브로드컴의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을 것 △브로드컴과 거래상대방 간 체결돼 있는 기존 계약 내용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변경하지 않을 것 △거래상대방의 시스템반도체 수요량의 과반수(50% 초과)를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가격·비가격(기술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거래상대방이 시스템반도체 수요량 과반수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시스템반도체의 판매·배송을 종료·중단·지연하거나 기존 혜택을 철회·수정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브로드컴은 이같은 시정방안 준수를 위해 '자율준수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임직원들에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2031년까지 매년 공정위에 보고한다.
아울러 브로드컴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 및 관련 분야의 국내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방안도 시행한다.
상생방안은 크게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센터 설립과 운영 지원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5년간 연 40여개 중소사업자 지원 계획) △중소사업자를 위한 홍보활동 지원 등이다.
브로드컴은 해당 상생방안 실행을 위해 13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과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집행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브로드컴의 비슷한 행위를 동의의결로 처리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거래질서 개선 등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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