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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는 눈에 애정 가득…6·25 전쟁 속 ‘한미 커플’ 흑백 사진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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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는 눈에 애정 가득…6·25 전쟁 속 ‘한미 커플’ 흑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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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한국으로 파병 온 미국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의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레딧

1950년대 한국으로 파병 온 미국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의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레딧


6·25 전쟁 당시 촬영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부부의 흑백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1일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한국 게시판에는 ’1952~1953년쯤 조부모님과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흑백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 속에는 한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한국인 아내와 미국인 남편, 어린 아들의 모습이 담겼다.

1950년대 한국으로 파병 온 미국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의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레딧

1950년대 한국으로 파병 온 미국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의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레딧


첫 번째 사진에서 부부는 활짝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상의를 벗은 채 얼굴에 면도 크림을 바른 남편 앞에서 아내는 거울을 들어주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 남편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육군 제8군 소속임을 나타내는 표시가 새겨진 군복을 입은 채 아이를 안고 있다. 한복 차림의 아내는 그 옆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1950년대 돌잔치 모습./레딧

1950년대 돌잔치 모습./레딧


아이 돌잔치 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는 한복을 차려 입은 아이 앞에 각종 과일과 떡, 전 등이 한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또 아내가 장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하거나 군용 트럭 운전대를 잡는 등 전쟁 중인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도 담겼다.

사진 속 부부의 손녀라고 밝힌 작성자는 “할머니는 북한 출신이었고, 전쟁 중 고향이 폭격을 당해 월남한 후 할아버지가 있는 군부대의 간호사로 취직했다”며 “전쟁 중에 만난 두 사람은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제게 말씀해 주셨다”며 “이 사진들을 보니 할머니는 암울했던 그 시절 할아버지께 ‘삶의 빛’이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군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장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모습./레딧

1950년대 미군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장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모습./레딧


작성자에 따르면 사진 촬영 당시 할머니는 20세쯤, 할아버지는 26세쯤이었다. 할머니는 군인이었던 남편 근무지에 따라 독일로 향했다가 1960년대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작성자가 태어날 무렵엔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에 거주했다. 할머니는 2004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성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끝까지 서로를 사랑했다. 할머니가 무엇을 부탁하든 할아버지는 늘 들어주셨다”며 “할머니는 사랑으로 손주들을 돌보셨다.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포도 껍질을 일일이 까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물 순두부를 먹을 때는 매운 음식도 잘 먹는다며 자랑스러워하셨다”며 “할머니의 음식 덕분에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이 게시글은 하루 만에 4만 개가 넘는 추천을 받으며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외 네티즌들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다” “정말 감동적인 사진” “역사의 한장면이다” “전쟁 속에서도 저런 밝은 미소가 나올 수 있다니 슬프고 감동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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