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
조수와의 우정 담은 조각·회화 소개
갈라 포라스 김 개인전도 함께 열려
수석을 책가도처럼 그린 신작 선보여
조수와의 우정 담은 조각·회화 소개
갈라 포라스 김 개인전도 함께 열려
수석을 책가도처럼 그린 신작 선보여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전시 전경. 가운데 조각 ‘Untitled(No. 5)’이 설치됐다. [Easton Foundation] |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에게는 30년을 함께 작업한 영혼의 동반자가 있었다. 조수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제리 고로보이다. 그는 고로보이의 손과 자신의 손을 함께 그린 그림과 조각을 많이 남겼다. 이것을 ‘친밀한 초상화’라고 불렀다.
조수의 두 손과 자신의 결혼반지를 낀 손을 붉은 과슈 물감으로 악보 위에 그린 연작 ‘당신이 오는 시간, 오전 10시’(2006)를 한국에서 만난다. 국제갤러리 K3와 한옥에서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열리는 부르주아의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가 생애 후반 20여년에 걸쳐 작업한 조각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 개인전과 함께 보면 좋은 전시다.
K3에는 부르주아의 고백과 사유가 마치 음악처럼, 물처럼 흐르는 공간이 연출됐다. 가운데는 뒤엉킨 손이 새겨진 조각 ‘Untitled(No. 5)’(1998)도 세워졌다. 부르주아와 고로보이의 그물처럼 포개진 손을 형상화한 것. 사람의 살갗과 유사해 선호했던 붉은 대리석을 사용했다.
루이즈 부르주아 ‘Mother and Child’ [Easton Foundation] |
루이즈 부르주아 ‘10 AM Is When You Come To Me(detail)’ [Easton Foundation] |
맞은편에는 두 개의 나선형 언덕에서 물줄기가 흘러 하나로 만나는 ‘Fountain’(1999)도 설치됐다. 나선과 결합은 그의 예술을 상징하는 키워드. 천장에 위태롭게 걸린 ‘커플’은 강렬한 남녀의 결합의 순간을 형상화시켰다.
넓은 공간에 놓인 세 점의 조각을 감싸고 벽을 가득 매운 자신과 보로고이의 손을 그린 붉은 과슈 드로잉들이 인상적이다. 직물에 시계를 그린 ‘Hours of the Days’(2006)은 매 시각의 시계를 그리고 글을 적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24장의 연작은 24시간을 의미한다. 배가 부른 여인의 몸 속에는 아이가 그려진 그림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평생 모성애를 갈구했던 작가는 엄마가 아닌 아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한옥 공간에서는 1994년에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공개된 커피 필터 드로잉이 소개된다. 둥근 모양의 커피 필터 위에 그린 기하학적 형태의 드로잉은 시계와 르네상스 양식인 톤도(Tondo·원형 그림)를 연상시킨다. 개막일인 2일 이스턴 재단의 필립 라라 스미스 큐레이터는 “부르주아에게는 많은 작품이 일기 같았다.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도구가 드로잉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갈라 포라스-김 전시 전경. 수석을 그린 드로잉과 수석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Easton Foundation] |
같은 기간 K1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의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이 나란히 열린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연구와 보존 제도의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재형상화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학구적인 작가다.
국제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에서 작가는 두 개의 드로잉 연작 작품 13점을 전시한다. K1의 바깥쪽 전시장에는 ‘날씨’가 작업의 조수가 된 ‘신호’ 연작 6점을 전시한다. 제습기로 습기를 모아 액상 흑연에 적신 천 위로 흐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우연히 생기는 얼룩을 포착한 평면 작업이다. 기후와 계절 같은 환경적 요소가 캔버스 위에 드러나는 ‘우연의 미술’이다.
갈라 포라스-김 ‘15 Rocks from outer space’ [국제갤러리] |
K1의 안쪽 전시장에서는 수석(壽石)을 책가도처럼 선반위에 그린 독특한 드로잉을 공개한다. 박물관 유물을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아시아적 소재인 수석을 통해 수집 문화를 들여다본다. 작가는 균형 잡힌 돌, 동물 모양의 돌 등의 기존의 분류법을 배반한다.
작가는 “산처럼 생긴 돌, 동물과 같이 생긴 돌과 같은 저만의 기준으로 수석을 모아서 분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연필로 일일이 그리는 드로잉을 택한 이유도 “드로잉은 좀 더 그리는 대상에 대한 느린 시선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드로잉과 함께 작가는 수석 수집가들을 초대해 수석을 함께 전시한다. 개인사가 녹아 있는 수집의 사연을 읽다보면 작가가 수집의 방법론을 예술의 소재로 삼게 된 이유를 수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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