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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자" 자다가도 벌떡?…주식거래 '8 to 8' 찍고 24시간 시대 올까

머니투데이 김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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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자" 자다가도 벌떡?…주식거래 '8 to 8' 찍고 24시간 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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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24시간 주식거래 시대 열리나 (上)

[편집자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주식 거래시간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상자산은 물론이고 나스닥도 24시간 거래 체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과 함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상당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2시간 주식거래' 성큼…금융당국·KRX·NXT 머리 맞댄다


코스피 거래시간 연혁/그래픽=이지혜

코스피 거래시간 연혁/그래픽=이지혜


국내 주식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주식 거래기관 등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금융당국 등은 거래시간 연장뿐 아니라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와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 개편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넥스트레이드(대체거래소)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거래소 주식 거래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은 당장 오는 11월을 목표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되, 24시간 거래 시스템 도입도 장기적인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우선 거래시간을 △개장을 오전 8시로 당기는 방법 △오전 8시부터 프리마켓을 열고 오전 8시30분부터 30분간 시가단일가 거래하는 방법 △프리마켓을 운영하되 주문을 정규장으로 이월하지 않는 방법 등을 놓고 증권사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

국내 주식 거래시간 연장은 지난 5월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정은보 "24시간 돌아가는 해외 주식거래소, 우리도 거래시간 늘린다")에서 처음으로 계획이 언급됐다.


당시 정 이사장은 나스닥이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추진하고, 뉴욕증권거래소(NTSE)가 일간 거래를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리는 트렌드를 강조하며 "해외 투자자들도 우리 주식에 쉽게 투자하게 하려면 거래시간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올해 출범한 넥스트레이드가 급성장한 것도 거래소 거래시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한 배경으로 꼽힌다. 넥스트레이드가 전체 주식 거래량의 15%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한 데는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거래가 전송되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이 주효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시장감시와 상장심사 비용이 없다 보니 거래소 대비 20~40% 낮은 매매체결 수수료가 적용된다. 거래소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돼 역차별 논란 불거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논의 시기가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당국과 거래소는 우선 거래시간 연장으로 역차별 상황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협의체는 내용적인 균형을 위해 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와 SOR 시스템 개편 방안도 동시에 검토 중이다.


"해외 투자자 끌어들여라"…글로벌 증시트렌드는 '24시간 거래'


거래시간 연장 검토 또는 추진 중인 국가/그래픽=이지혜

거래시간 연장 검토 또는 추진 중인 국가/그래픽=이지혜


글로벌 주요 증시들은 이미 속속 거래시간 연장에 나선 가운데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연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과시간 외 거래 허용이 '글로벌 트렌드'가 돼 가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거래시간을 주 5일, 24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두 거래소는 프리마켓(오전4시~오전9시30분), 정규장(오전9시30분~오후4시), 애프터마켓(오후4시~오후8시)으로 이어지는 하루 16시간 거래 체제를 운영한다.

이들이 거래시간 연장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개인투자자 영향력이 크게 부각되며 이들의 거래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5일 아시아 증시가 하루 만에 급락한 블랙먼데이 당시 미국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에는 미국 정규장 개장 전 주식을 매도하려는 해외투자자 주문이 폭주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체결된 거래를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미국 거래소나 증권사들이 야간시장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블루오션 사태를 계기로 야간 거래 시장 가능성과 해외 투자자 수요를 확인하게 됐다"며 "이는 단순히 거래소 수익성 차원을 넘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미국 주식 시외거래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자 참여 확대에 힘입어 정규장 외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1월 기준 시외거래는 전체 미국 주식 거래의 약 11%를 차지해 2019년 1분기(5%)와 비교하면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프리마켓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애프터마켓 거래금액이 2.1배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프리마켓은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차를 감안하면 서울 기준 프리마켓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열려 한국 투자자들이 퇴근 후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유럽에서는 업무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현지 투자자들의 주거래 시간과 겹친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에도 영국, 아일랜드,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거래시간 연장 또는 검토를 추진 중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가 24시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로빈후드 등 핀테크 기업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8시간30분 동안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최대 증권거래소인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도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24시간 거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레일라 푸리에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거래시간 연장이 자국 시장과 경제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정은 시장참여자들과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현물주식 거래시간 연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증권사와 유관기관을 상대로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내용을 취합 중이다.

다만 급진적으로 거래시간을 확대하기보다 국내 시장 상황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시간 외 거래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반응과 해외 유동성 유입 여부와 흐름을 점검하며 단계적으로 시간을 연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김경렬 기자 iam10@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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