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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미술잔치 '키아프·프리즈' 개막…군살 빼고 내실 경쟁

이데일리 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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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미술잔치 '키아프·프리즈' 개막…군살 빼고 내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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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프리즈 서울 2025' 오늘 동시 개막
키아프 175개, 프리즈 120개 갤러리 참여
키아프, 갤러리수 대폭 줄이고 '내실' 강조
'공진' 주제 "어려운 시기 타개할 동반성장"
프리즈, 참가갤러리 대다수 아시아권으로
서울 교두보로 아시아시장 향한 전략 다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 해 한 해 ‘그림’이 다르다. 소문난 미술잔치에 걸맞은 그림단장으로 한껏 북적이는 건 다르지 않지만 말이다. 매해 매회 점차 제 색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까.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5’와 ‘프리즈 서울 2025’가 그거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갤러리르롱 부스에서 작품을 둘러보던 관람객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작품 ‘플레이어보다 큰 카드’(A Bigger Card Player, 2015, 오른쪽) 앞에 오래 머물렀다. 올해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키아프 서울 2025’와 ‘프리즈 서울 2025’가 동시에 개막한다. 네 번째 공동개최인 이번 아트페어에는 키아프 175개의 갤러리, 프리즈 120개의 갤러리가 나서 대한민국 최대 미술장터를 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갤러리르롱 부스에서 작품을 둘러보던 관람객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작품 ‘플레이어보다 큰 카드’(A Bigger Card Player, 2015, 오른쪽) 앞에 오래 머물렀다. 올해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키아프 서울 2025’와 ‘프리즈 서울 2025’가 동시에 개막한다. 네 번째 공동개최인 이번 아트페어에는 키아프 175개의 갤러리, 프리즈 120개의 갤러리가 나서 대한민국 최대 미술장터를 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키아프리즈’로 불리며 대한민국 미술판을 뒤바꾼 이 거대한 미술장터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관에서 함께 개막한다. 2022년 두 아트페어가 처음 공동개최를 시작한 이래 올해가 4회째다. ‘키아프 서울’은 7일까지 닷새간, ‘프리즈 서울’은 6일까지 나흘간 그림장사를 이어간다. 3일 첫날에는 VIP 프리뷰로 진행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4일부터 개방한다. 공동개최여도 엄연히 주인이 다른 ‘한 지붕 두 가게’ 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D홀에 판을 벌인다. 비장의 작가·작품을 무기로 얼마나 많은 컬렉터를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방식도 동일하다.

지난해 ‘키아프 서울’ 전경. 한국 1세대 조각가인 김윤신의 신작 회화·조각작품만으로 꾸린 국제갤러리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돌아보느라 여념이 없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해 ‘키아프 서울’ 전경. 한국 1세대 조각가인 김윤신의 신작 회화·조각작품만으로 꾸린 국제갤러리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돌아보느라 여념이 없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 기본 요건으로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올해 불러들인 국내외 갤러리는 295개(양쪽 참가 갤러리 복수로). 키아프는 20개국에서 175개(해외 50개) 갤러리가, 프리즈는 28개국에서 120개(국내 42개) 갤러리가 출사표를 냈다. 갤러리 수로만 따져볼 때 이번 회 역시 참가 규모는 줄어든 모양새다. 특히 키아프의 축소폭이 크다. 지난해 양쪽 페어에는 총 318개, 그중 키아프에선 206개가, 프리즈에선 112개가 나섰더랬다. 2023년 2회째에는 330여개(키아프 210개, 프리즈 120개), 2022년 첫회에는 350여개(키아프 240개, 프리즈 110개)가 이름을 올렸다.

4회를 펼쳐놓고 갤러리 수로만 따진다면 말이다. ‘키아프리즈’의 참가 규모는 키아프가 결정해왔다. 내색 없이 ‘작전’대로 실행했던 프리즈와는 달리 키아프는 매회 바뀌어왔던 거다. 프리즈가 “120개 갤러리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객의 동선 관리에 신경을 써 갤러리와 상호작용의 깊이를 고려했다”고 말한 게 이미 2회 때였으니까.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나흘간의 일정 내내 갤러리 스프루스 마거스 부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회화작품 ‘자화상’(Self Portrait, 2024) 앞으로 관람객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그림 옆 구석에는 실비 프레우리의 ‘무제: 소프트로켓’(1995)가 놓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나흘간의 일정 내내 갤러리 스프루스 마거스 부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회화작품 ‘자화상’(Self Portrait, 2024) 앞으로 관람객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그림 옆 구석에는 실비 프레우리의 ‘무제: 소프트로켓’(1995)가 놓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키아프 “외형보다 내실”…시행착오 숨기지 않는다

시행착오든 벤치마킹이든 키아프의 올해 ‘상차림’에선 ‘더 이상 규모 자랑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게 꺼내든 전략이 ‘공진’이다. 이제껏 없던 주제를 잡고 ‘공진’을 내건 데 대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고민한 결정”이라고 이성훈 키아프운영위원장(한국화랑협회장)은 전했다. “혼자 성장하지 말고 같이 커가는 울림을 만들어보자는 뜻”이고, “숫자 늘리기보다 질적 수준을 높여 외형보다 내실을 강화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실행을 “참가 갤러리에 대한 엄격히 심사”로 시작했단다. 그렇게 골라냈다지만 국내 중·대형갤러리가 선점한 리스트에는 큰 이변이 없어 보인다. 갤러리현대는 김민정·유근택·김보희 등 대형 중진작가의 작업 외에도 김창열·정상화·이강소 등 대가의 수작을 내놓는다. 가나아트는 최종태·박대성·심문섭 등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 외에 알렉스 카츠, 시오타 치하루 등 해외작가를 아우른다.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를 앞세워 칸디다 회퍼, 아니시 카푸어, 제니 홀저 등 해외작가에 주목한다.


채지민 ‘푸른 벽 아래서 뭔가 바라보는 남자’(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5’에서 갤러리조은이 내건 작품들 중 하나다(사진=갤러리조은).

채지민 ‘푸른 벽 아래서 뭔가 바라보는 남자’(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5’에서 갤러리조은이 내건 작품들 중 하나다(사진=갤러리조은).


또 선화랑은 이정지·곽훈·이길우·이만나 등, 갤러리조은은 권용래·백윤조·성연화·이재현·채지민·마이코 코바야시 등 주요 전속작가의 작업을 고루 갖춘다. 조현화랑은 김택상, 우손갤러리는 최상철 작가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학고재, 표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 이화익갤러리, 아뜰리에아키 등은 컬렉터가 아끼는 작가 위주로 ‘실탄’을 채운다.

참가 갤러리의 30%를 차지하는 해외 갤러리 중에선 독일 디갤러리의 앙드레 마송, 미국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의 페르난도 보테로가 눈에 띈다. 9∼10년차 신생 갤러리의 젊은 감각을 따로 꾸린 ‘키아프 플러스’ 세션에는 19개 갤러리가 나선다. PBG의 이희조, 아줄레주갤러리의 비아니 작가가 시선을 끈다.

이희조의 ‘정원사’(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5’에서 키아프플러스 세션에 나서는 PBG갤러리에 걸린다(사진=키아프운영위원회).

이희조의 ‘정원사’(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5’에서 키아프플러스 세션에 나서는 PBG갤러리에 걸린다(사진=키아프운영위원회).


프리즈 “아시아로 아시아로”…회 거듭할수록 공고히 다져

“한국 갤러리가 운영하는 공간이 35%를 차지한다.” 프리즈 서울을 총괄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올해 이 변화를 두고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갤러리의 성장이 크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의 진위를 따지기보다는 프리즈의 전략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 진출의 목표를 ‘아시아 시장’으로 잡았던 프리즈의 방향의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어서다. 서울을 교두보로 삼고 “아시아 아티스트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를 다지겠다는 ‘내실’인 거다.


첫 두 해 동안 프리즈는 ‘초호화 갤러리 군단의 초호화 작품’으로 시선을 압도했더랬다.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유명작가를 안고 줄줄이 프리즈의 깃발 아래 모였다. 하지만 ‘초호화’가 계속되리라 했던 짐작은 빗나갔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작의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던 거다. 수백억원대 간판 명작도 사라졌다.

그 전략대로 올해 프리즈 120개 참가 갤러리 중 대다수는 한국·일본·대만·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권이다. 그렇다고 해외 유수의 정상급 갤러리가 전부 빠진 건 아니다.

조르주 브라크 ‘붉은 숭어’(The Red Mullets, 1937).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에 나서는 레지스 크람프 갤러리에 걸린다(사진=프리즈).

조르주 브라크 ‘붉은 숭어’(The Red Mullets, 1937).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에 나서는 레지스 크람프 갤러리에 걸린다(사진=프리즈).


가고시안은 무라카미 다카시, 데이비드 즈워너는 쿠사마 야요이와 캐서린 번하드,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작품을 첫손에 꼽았다. 화이트큐브는 안토니 곰리와 트레이시 에민,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글래드스톤은 아니카 이와 필립 마레노 등의 작품을 내건다. 리만머핀은 서도호와 헤르난 바스, 페이스는 아돌프 고틀리브,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와 제니 홀저 등의 작품을 얼굴로 삼았다. 여기에 국내 갤러리가 섞였다. 갤러리현대는 정상화·존배·김보희, 국제갤러리는 박서보·하종현·이승조, 리안갤러리는 이광호·남춘모 등 한국 근현대작가들을 올렸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무겁고 우울하다’(Schwer. Schwermut, 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내건 작품들 중 하나다(사진=타데우스 로팍).

게오르그 바젤리츠 ‘무겁고 우울하다’(Schwer. Schwermut, 2025).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내건 작품들 중 하나다(사진=타데우스 로팍).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시공을 초월하는 걸작으로 사로잡은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은 여전히 관심거리다. 레지 크람프는 조르주 브라크, 도쿄갤러리는 박서보, 스퍼스는 울라이 등의 작품으로 미혹한다. 한국 갤러리 중에선 가나아트가 오수환, 선화랑이 이정지, 학고재가 김환기·변월룡·박수근 등을 ‘걸작’으로 낸다.

부산함 줄어든 정돈된 분위기…‘다시 5년 협업’ 판단할 분수령

횟수로 네 번째를 맞으며 부산스럽기만 하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돈되는 듯하다. 결정적으로는 한국 미술시장의 끝 모를 침체가 영향을 미쳤을 거다. 기대감을 지우진 않되 호들갑스러운 말과 행동은 경계한다는 분위기다. 프리즈의 리 디렉터는 “한국시장 상황을 모르진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올해 페어에 큰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안목을 가진 최고의 관람객을 끌 수 있단 생각이고, 서울을 통한 아시아 플랫폼 구축 계획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울라이 ‘쉬히’(S‘he, 1973).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에 나서는 스퍼스갤러리에 걸린다(사진=프리즈).

울라이 ‘쉬히’(S‘he, 1973).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에 나서는 스퍼스갤러리에 걸린다(사진=프리즈).




4회째까지 오며 좌충우돌 속에 단단해진 건 프리즈보단 키아프다. 키아프의 이 위원장은 “프리즈를 보면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며 “프리즈는 못하는 ‘한국작가 해외진출’을 목표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어찌 됐든 올해 ‘키아프리즈’의 의미가 적잖다. ‘5년 동안 함께할 것’을 약속하고 시작한 ‘키아프리즈’가 다시 협업할 5년을 판단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테니까. “결별은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이 위원장은 “긍정적인 검토”를, 리 디렉터는 “가치가 높은 파트너십”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나흘간의 일정으로 폐막할 때까지 관람객들은 미국 갤러리 하우저앤워스에 걸고 놓인 작품들 앞으로 끊임없이 찾아들었다. 앞쪽 폴 매카시의 조각작품 ‘DD #2 옅은 파랑’(2020∼2023) 뒤로 리타 아커만의 회화작품 ‘투명한 셔텨’(Ttransparent Shutters, 2024)가 걸렸다. 이 가운데 아커만의 작품이 판매리스트에는 올랐으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 나흘간의 일정으로 폐막할 때까지 관람객들은 미국 갤러리 하우저앤워스에 걸고 놓인 작품들 앞으로 끊임없이 찾아들었다. 앞쪽 폴 매카시의 조각작품 ‘DD #2 옅은 파랑’(2020∼2023) 뒤로 리타 아커만의 회화작품 ‘투명한 셔텨’(Ttransparent Shutters, 2024)가 걸렸다. 이 가운데 아커만의 작품이 판매리스트에는 올랐으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